김상철(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광주전남지회장,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김상철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광주전남지회장,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오늘날 대중들은 여러 측면에서 각종 빅데이터에 설득당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금융기관은 물론, 정부의 여러 기관에서도 빅데이터의 분석을 근거로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홍보한다.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빅데이터의 활용 중 하나는 내비게이션이다. 실시간 교통상황을 수집하여 이에 기반한 최적의 이동 경로를 안내해주기에 이를 이용하는 자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편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의 소비성향이 백화점이나 판매장들의 데이터로 활용되어 다시금 소비를 유혹하는 광고에 끊임없이 시달리기도 한다.

빅데이터의 활용은 IT산업의 발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업의 컴퓨터 활용은 정확한 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초기에는 DOS(Disk Operating System·디스크 운영체계)에 의한 회계적 데이터를 항목별로 정확하게 집계해 활용하는 데 그쳤지만, 차츰 대용량 하드웨어의 개발과 소프트산업의 발전으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이 도입되어 경영 전반의 데이터와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기업의 자료뿐 아니라 방대한 외부자료를 함께 집계하고 분석하는 빅데이터의 활용으로 경영활동의 다양한 의사결정을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를 통해 지원받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실증적인 자료라고 여겨서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빅데이터의 활용이 때로는 큰 함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실에 근거했다고 하지만 다각적이지 못한 일방적 자료로 엉뚱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분석가의 의도에 따른 가설의 검증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실무책임자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본인에게 유리한 자료만 활용함으로써 최종 의사결정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즉 빅데이터의 분석을 불순한 의도에 활용하고자 목적을 둔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에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한 것이라고 믿는 빅데이터의 분석이 때로는 보통사람의 직관보다 못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위험성을 동반하고 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직역하자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는 뜻이다. 진시황제는 영원불멸을 위해 불사약을 구했지만 쉰을 넘기지 못한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곁에서 임종을 지켰던 환관 조고가 유서를 조작하여 권력을 장악하였다. 그리고 어느 날 새로 즉위한 2세 황제 앞으로 사슴 한 마리를 끌고 와 말이라고 우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사슴이라고 직언한 신하들을 차례로 제거했다. 직언하는 신하가 없는 나라가 오래 갈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여서 난세를 통일했던 대제국 진(秦)은 가장 짧은 기간에 멸망하고 말았다. 지록위마의 고사는 자료의 조작과 한 사람이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패망의 지름길이 된다는 경고를 함께 던져주고 있다.

오늘날 기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기업의 비정상적 징후를 예측하여 위험요소를 미리 제거하고, 최상의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빅데이터 활용의 양면성으로 인해 불순한 의도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도 동시에 가능해졌다. 그렇기에 최종 의사결정자는 빅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및 활용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을 먼저 키워야 한다. 그러한 기반 위에서 분석된 빅데이터 활용만이 기업의 미래지향적 가치 창출의 핵심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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