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간채(바른역사시민연대 상임대표, 전남대 명예교수)

 

나간채 바른역사시민연대 상임대표·전남대 명예교수

지나온 한 해를 되돌아보니, ‘전라도 천년사’에 담긴 역사왜곡 문제와 씨름하는 가운데 이 해가 다 지나간 느낌이다. 그래서 그 동안 진전된 식민사학과의 싸움이 진행된 과정과 그 결과를 간략히 보고하려 한다. 이는 우리나라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의 미래발전과 성공에 값진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역사학자 213인이 집필자로 참여했고, 그 분량이 34권(13,000여쪽)에 이르는 큰 규모의 역사서이다. 2022년 12월 편찬사업을 마무리하여 이 사업을 종료하려 했으나 그 직전인 12월 19일에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그 책의 내용에 전라도 주요 지명이 일본용어로 기록되어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지도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기록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민과 가야사전국연대를 비롯하여 뜻있는 시민의 항의가 격렬하고 광범하게 번져갔다.

이와 같이 촉발된 ‘전라도 천년사’ 폐기운동이 진전된 흐름은 크게 3차례의 계기를 거치면서 확장되고 발전되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12월의 돌발 상황 발생시기부터 2023년 5월 초순(공개 검증기간 설정) 이전까지이다. 이 시기는 운동의 초기단계로서 항쟁의 주체는 허약했고, 공격 내용은 다소 피상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운동의 시발은 남원지역 민주시민들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역사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가 중추적 주체로 활동했다. 제기된 주장은 식민사관에 의한 역사왜곡 문제, 시민을 위한 역사서로서 필수적인 시민공청회를 거치지 않은 점, 책의 내용과 필진이 공개되지 않은 점 등이 주요 비판의 내용을 이루었다.

두 번째 흐름은 시민운동의 공개검증 요구가 관철되고, 검증결과를 둘러싼 논쟁과 비판이 주류를 이루었다(5월∼9월). 검증 결과 150여 건의 오류와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편찬위는 검증과정에서 제기된 오류와 문제제기에 대하여 그 내용을 밝히지도 않았고, 합당한 응답을 공표하지도 않았다. 또한 이 시기에는 다양한 저항행동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시·도의회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요구, 시의원, 도의원 및 호남지역 국회의원의 편찬사업 비판 성명, 폐기 촉구 기자회견, 손팻말 시위, 도청과 시청 앞 철야농성, 전북도지사 형사고발, 찬반 양측이 참여한 언론기관토론회, 국회토론회 등이 그것이다. 특히 국회토론회는 이 문제를 전국적 의제로 확장시킨 효과를 만들어냈다.

세 번째 시기는 ‘전라도천년사’ 문제가 국회의 국정감사 의제로 선정된 이후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2023년 10월∼12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월 12일에 편찬위원장과 시민사회측의 전문가를 동시에 증인으로 불러 질의 토론했다. 그 때 국회의원들은 편찬위원회가 자행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엄중히 추궁했고, 편찬위원장의 응답은 빈약했고 위증가능성도 지적되었다. 그리고 국회는 이 문제점에 관한 권고안을 3개 시·도지사에게 공문으로 발송하였다. 그러나 시·도지사는 그 권고안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12월 28일 현재 시점에도 활동가들은 전북도청 앞에서 철야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에서 약술한 ‘전라도 천년사’ 폐기운동의 진전과정을 돌이켜 볼 때, 다음과 같은 논평이 가능하다. 우선, 편찬위원회의 반복된 실책인정과 주장후퇴, 거듭된 계획수정, 그에 따라 현재까지 배포를 막아낸 점 등은 일정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이 운동은 역사왜곡 문제의 전 국민적 인식제고, 시민사학 발전의 영역확장 등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한 시민운동의 앞날에 값진 시사를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진전과정에서 노정된 운동권 내부의 인식차이, 상호갈등과 분열은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의 성공을 위해 넘어서야 할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운동이 우리민족의 주체적 역사정립에 의미 깊은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