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백 김대중대통령추모사업회장
정진백 김대중대통령추모사업회장

올해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태어나신 지 100년이 되는 기념비적 시간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삶이 곧 역사였다.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지도자였다. 개인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귀감으로, 사표로 모셔온 세월이 아득하다.

먼저, 1970년 9월 29일에 열린 신민당 대통령 후보 지명대회의 생생한 감동이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2차투표에서 과반수가 넘는 표를 얻어 김영삼 씨를 제치고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수락 연설을 통해 “당의 단결과 새로운 승리, 정권교체의 창조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며 “오늘의 승리는 결코 개인의 것이 아니며 당과 국민의 것으로 한없는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나는 이를 보도한 9월 30일치 동아일보를 지금도 매우 귀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한국현대정치사의 일대 사건이 준 감동은 제7대 대통령 시기로 이어졌다. 1971년 4월,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후보 연설회’가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렸다. 나는 학교를 가지 않고 운집한 청중 속에서 천하 제일의 웅변을 경청했다. 그것은 뇌수와 심장, 그리고 간담까지 사무치는 전율이었고, 경이였다. 같이 열광하는 수십 만 시민들의 열기에서 환호가 폭죽처럼 터졌다. 1년여가 흐른 1972년 6월말, 그분을 다시 뵈었다. 1971년 12월 6일 ‘국가비상사태’가 선언되고 12월 27일에는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국회에서 변칙 통과돼 암울한 시국이었다.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김대중’을 의식한 위인설법(爲人設法)이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이 법을 파기하기 위해 광주시민회관에서 ‘옥내연설’을 했다. 한여름인데도 광주공원 광장은 물론 인근 도로에도 청중들이 가득찼다.

그 후 1980년 ‘5·18 민중항쟁’과 ‘김대중내란음모조작사건’을 목도하며 ‘김대중정신’에 더 열렬히 귀의하였다. ‘김대중내란음모조작사건’은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인사들에게 ‘내란’을 음모하고 ‘5·18민중봉기’를 일으켰다는 ‘탈법’적 혐의를 씌워 ‘초헌법적 군사재판’에서 ‘날조’한 사건이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선생은 ‘김대중내란음모조작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이렇게 규정했다.

“첫째 이 사건은 광주민주화운동을 촉발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광주항쟁 당시 구호는 ‘계엄철폐’와 함께 ‘김대중 석방’이 주류였다. 둘째, 이 사건은 민주주의 이념을 일반 민중 속으로 확대시켰다. 셋째, 5·17 사건은 DJ와 광주·전남지역의 결속을 더욱 강화시켰다. ”

김대중 대통령의 옥중서신(1981년 5월17일)에는 잔인무도한 ‘5·17’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

“지난 5월 17일은 참으로 착잡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너무도 엄청난 1년이었으며 너무도 꿈같은 1년이었습니다. 나의 일생은 참으로 가시밭길의 그것이었지만 그러나 일생의 고난과 괴로움을 다 합쳐도 지난 1년의 그것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 후 나는 1987년 6월항쟁의 동력이 가속화하던 대선 국면에서 상상 밖의 사선을 넘어오신 김대중 대통령 후보를 ‘비판적으로 지지’ 하는 입장에서 전국적인 활동에 나섰다. ‘김대중 후보’와 함께 하는 ‘역사 현장’에서 수십 수백만 청중과 하나 되는 장대한 기운을 체감했다.

감흥의 계기는 이어졌다. 1991년 12월이었다. 월간 ‘사회평론’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여섯 시간 남짓 그분의 식견과 정신을 바로 곁에서 체득했다. 그날, 천하의 모든 이치를 궁구해 그 대요(大要)를 꿰뚫으신 사상의 극치를 견문하며 참으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2009년 8월 18일 김대중 대통령께서 서거하셨다. “김대중 씨가 죽고 나면 한국인들은 그때 가서야 그에게 정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버나드 크리셔, 전 뉴스위크 기자) 라는 말이 떠올랐다. 곧바로 이희호 여사님의 승낙을 받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대통령 어록 및 역사 그림 전시회 (2010~)’, ‘김대중 학술회의 (2009~)’, ‘김대중 마라톤대회(2017~2019)’, ‘김대중 사진전(2019)’, ‘김대중 대화록(2018)’과 ‘김대중 연대기(2023)’ 출판, 연극 ‘청년 김대중(2023)’ 다큐영화 ‘길 위에 김대중(2024)’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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