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실종’의 시대…통합·상생 리더십이 그립다

여야 정치권 첨예한 정쟁 지속
국민 편가르기 조장 비판 불구
사사사건 충돌하며 극한 대립
총선 정국 분열·갈등 심화 전망

남북·한중 등 국제관계도 험난
서민 자영업자 삶 갈수록 ‘팍팍’
지역사회도 현안놓고 갈등 반복
통합·협력·미래지향 정신 배워야

 

남도일보는 김대중대통령추모사업회(회장 정진백)와 공동으로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책, 국정관리 능력을 재평가해보자 ‘DJ에게 길을 묻다’를 연재한다. 사회적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정치 실종’시대, 김 전 대통령의 유산에서 배울점을 찾자는 취지다. 사진은 1998년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15대 대통령에 취임식.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제공

■1. 프롤로그

‘정치 실종’의 시대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협상, 그리고 상생의 자세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극단으로 치우친 진영 대결 속 여야 정치권은 첨예한 대립과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 끝날 지도 모른다. 여야 정치권이 오히려 극단적 국민 편가르기와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이미 여야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잊은 지 오래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추진 정책에 번번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다수 의석을 앞세워 쟁점 법안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이런 야당과 끊임없이 반목하며 대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맞대응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2024년 새해 들어 여야의 극한 대립은 더 가열될 공산이 크다. 오는 4월 10일 실시되는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현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 상황을 뒤집어 국정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심판론 기치를 전면에 걸고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다수 의석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윤석열 정부 3년 차에 열리는 이번 총선이 중간평가 성격을 띤 만큼 지난 대선에서의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여야 모두 지지층 결집이나 표만 의식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국민이 원하는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목포공립상업학교 재학시절 김 전 대통령.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정치가 실종된 국내외 상황은 답답함 그 자체다. 경제도, 사회도, 외교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당장 새해 벽두부터 불투명한 경제 성장과 경기 전망이 걱정거리다. 다행히 경기회복의 조짐이 지난해 하반기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서민들과 자영업자의 삶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물가 상승, 공공요금 인상, 부채상환 부담 증가 등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저출산에 따른 지방소멸, 부동산 문제 등 우리사회가 직면한 난제 해법은 발등에 떨어진 숙제다. 여기에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불안한 동북아 정세, 핵·미사일 폭주를 이어가는 북한, 한중관계 개선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도 높은 수준의 정치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71년 05월 24일 오전 9시 30분께 전남 목포에서 광주를 향해 차량으로 이동하는 도중 무안군 삼양면 대양리 앞길에서 승용차가 전복하는 교통사고를 당해 얼굴과 손등 등에 유리조각이 박히는 등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영등포 등지에서 마지막 유세를 강행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광주·전남도 예외가 아니다. 지역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할 지역 정치권이 주요 사안마다 ‘정치 실종’을 초래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최대 현안인 민간·군 공항 통합·이전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가 지난해 12월 ‘2차 공항 회동’에서 민간·군 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이전하는데 노력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두 사람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자의든 타의든 대화의 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김산 무안군수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또 올해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맞아 5월 단체의 반목과 갈등, 오월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도 해결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광주 인공지능(AI)과 미래차 생태계 조성과 전남 국립의과대학 신설 등 지역 숙원도 더는 늦출 수 없는 일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의 조기회생 문제와 겨울 불청객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 지역 경제와 농가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도 지역 정치권의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재판정.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국내외적으로 복합 위기에 처한 2024년은 우선 정치를 복원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정치 철학이 다시 소환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4년 1월 6일은 김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이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는 통합과 협력의 정치, 화해와 미래로 가는 정치였다. 국익과 국민 통합을 위해선 과거의 어떤 악연을 다 초월하는 결단도 보여줬다. 경제·사회·문화 등 한국 사회 전반에 큰 발자국도 남겼다. 김 전 대통령은 전 세계 평화의 비전을 가지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00년 6월 15일 북한 평양시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이에 남도일보는 김대중대통령추모사업회(회장 정진백)와 공동으로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책, 국정관리 능력을 재평가해보자 ‘DJ에게 길을 묻다’를 연재한다. 사회적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정치 실종’시대, 김 전 대통령의 유산에서 배울점을 찾자는 취지다.

매주 한 번씩 진행하는 이 기획물은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 보관된 문서와 구술 사료, 저서, 관련 책 등을 참고해 김 전 대통령이 현대사의 파란과 굴곡을 헤쳐 나오는 시기를 모두 아우를 예정이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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