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훈(남도일보 경제부 기자)

 

조태훈 남도일보 경제부 기자

“힘들게 농사지어 생산비에 인건비까지 주고나면 남는 것도 없어요. 손해만 보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기름값·자재비 등 크게 오른 생산비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농민들의 한탄이다. 갑진년 새해가 밝았지만 ‘밥상물가’ 소식에 농민들은 늘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무분별한 수입, 비축물량 방출 등에 나설 것이 불보듯 뻔해 농가경영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최근 한파·폭설 등 원인으로 농산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당 3천723원이던 대파 소매 가격은 나흘 뒤인 지난달 22일 4천513원으로 약 21% 뛰었다. 배추·무 소매가도 한 달 전과 비교하면 개당 400원가량 상승했다.

정부는 그간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비축물량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가격이 급락한 시점에서도 방출물량을 풀었다. 단적으로 정부가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양파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은 결국 국내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과 생산기반을 약화시켜 양파 농가들의 몰락만 앞당기는 일이 될 수 있음에도 수년째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한 수입과 비축물량 방출을 일삼는 등 농가의 희생만을 강요한다. 농민들의 생계는 아랑곳 없이 국민들에게 수입농산물 사용을 장려하고 있는 이상한 형국이다. 이대로라면 농업농촌 기반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물론 소비자 물가 안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농산물 가격 급등락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농가의 경영안정을 해치지 않는 방안을 고민해 제대로 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 먹고 살 수 없다면, 결국 지속가능한 농업은 불가능하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농가 희생만 강요하지 말고 농가경영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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