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 말린 ‘칡잎’ 살포시 열어보니 ‘투명 애벌레’가 쏘~옥

구황식물 ‘칡잎’ 먹고 자라
애벌레, 머리·앞가슴 살구색
앞가슴 양쪽 둥근 검은무늬

속이 훤히 보이는 배 ‘인상적’
7~8월 유충시기…길이 33㎜
나방다리 노란색…이름 연결

 

노랑다리들명나방
노랑다리들명나방

숲 주변 어디를 가든 쉽게 볼 수 있는 칡. 갈잎덩굴나무로 길이 10㎜ 정도로 자라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간다. 칡넝쿨에 쌓인 나무는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못하고 고사하기 일쑤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묘소가 온통 칡밭이 되어 있는 경우도 쉽게 보인다. 피해를 당하는 나무 잎장에서는 참 억울하겠지만 그것 또한 자연의 일부분이다. 예전에는 칡넝쿨 껍질에서 섬유를 뽑아 청올치라 했고, 이 청올치로 옷감을 짠 것을 갈포라 하여 주로 평민이 입는 갈옷을 만들기고 했다. 요즘은 갈포지라는 고급 벽지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칡은 낮잠 자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한여름 해가 한창일 때 칡은 잎을 세워 닫아버린다. 이렇게 잎을 닫는 것을 ‘잔다’로 이해하는데 칡이 낮잠을 자는 데는 까닭이 있다. 식물의 광합성 능력은 일반적으로 빛이 강할수록 높아진다. 그러나 빛이 너무 강하면 광합성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빛이 강한 한낮에는 잎을 세워 강한 햇빛을 피한다.

칡뿌리에는 녹말이 많이 들어 있어 흉년이 들었을 때 중요한 구황식품이기도 했는데 지금도 칡습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칡잎을 볼 때마다 싱싱하고 부드러운 먹이가 널려 있는데 왜 먹는 녀석들이 없을까 궁금했었다. 물론 잎이 둘둘 말린 흔적을 수없이 봤었고 그때마다 열어보며 확인을 해 봤지만 허탕이었다. 배설물만 잔뜩 쌓아놓고 먹은 흔적만 있을 뿐이었다.

2019년 8월 5일, 전북 고창의 약산제로 산방백령풀을 찾아 나섰다. 야생화에 푹 빠져 있는 지인을 따라 동행했는데 나의 목적은 그곳의 애벌레가 궁금해서다. 너무 더워서인지 애벌레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름도 생소한 산방백령풀을 어렵게 담고 내려오는데 둘둘 말린 칡잎이 눈에 들어온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열어본다. 애벌레가 보인다. 머리와 앞가슴은 살구색이고 앞가슴 양쪽에 둥글고 검은 무늬가 보인다. 배는 약간 투명한데 속이 다 보이는 것 같다. 거의 쑥색같은 색상이 인상적이다. 여기 저기 배설물이 붙어 있다.

노랑다리들명나방 애벌레다. 그동안 정말 궁금했었는데 녀석을 보면서 조금은 해소된 것같다. 유충시기는 7~8월이며 길이는 33㎜ 정도다. 노랑다리들명나방 애벌레는 잎을 접어 붙이고 그 속에서 살다가 번데기가 된다.

이듬해 4월 우화하는데 어른벌레 다리가 짙은 노란색이다. 아마도 그래서 이름에 노랑이 들어 간 것같다. 노랑다리들명나방, 이름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앞뒤 날개는 크기가 크고, 어두운 갈색이며 검은 외횡선이 있다. 다리 넓적마디는 옅은 누런색이고 종아리마디가 노란색으로 확 눈에 띤다. 노랑다리들명나방은 풀명나방과에 속하는데 많은 나방들이 거의 비슷하게 생겨 구분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름도, 생김새도 다 ‘그놈이 그놈같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찾아보면 칡을 먹고사는 애벌레가 꽤 있다.

갈고리재주나방, 태백무늬나방, 꼬마보라짤름나방 그리고 아직 국명이 없는 Matsumuraeses vicina 등이다. 갈고리재주나방과 태백무늬밤나방은 어른벌레만 봤다. 아직 애벌레를 찾지 못해 도감으로만 익히고 있다. 올 여름엔 꼭 녀석들을 만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아직 찾아야 할 녀석들이 너무도 많은데 세월은 너무도 빠르게흘러간다. 시간 날때마다 메모를 하며 만나야 할 녀석들을 추리고 있지만 찾아 내기가 쉽지가 않다. 지구온난화 영향이 정말 심각하다. 다같이 살아가는 그런 세상은 오지 않는 것일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노랑다리들명나방 애벌레(2019년 8월 5일, 약산제)
노랑다리들명나방 애벌레(2019년 8월 5일, 약산제)
노랑다리들명나방 애벌레(2019년 8월 5일, 약산제)
노랑다리들명나방 애벌레(2019년 8월 5일, 약산제)
노랑다리들명나방 애벌레(2019년 8월 5일, 약산제)
노랑다리들명나방 애벌레(2019년 8월 5일, 약산제)
산방백령풀(2019년 8월 5일, 약산제)
산방백령풀(2019년 8월 5일, 약산제)
칡꽃(2013년 9월 7일, 장성)
칡꽃(2013년 9월 7일, 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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