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뒷날개에 ‘눈 모양 무늬’ 살짝 숨기고~
애벌레, 2배마디에 옹기같은 돌기 1쌍
어린 유충은 배끝 돌기 잘 보이지 않아
탈피인지 변이인지…‘갈색 애벌레’도
단풍나무 등 활엽수 먹고 7~8월 우화
나방, 회갈색 날개에 톱니무늬 가져
앞날개에 ‘눈 모양’ 없는 개체도 보여
나방은 종류도 많지만 비슷 비슷한 녀석들이 너무 많아 동정하기 정말 힘들다. 동정 포인트라고 설명되어 있지만 쉽게 수긍이 되질 않으니 일반인들은 오죽하랴. 애벌레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그놈이 그놈 같은데 다른 녀석이라니 머리에 쥐가 날 정도다.
게다가 자라면서 변하기도 하고 변이가 많아 더욱 어려우니 그런 애벌레를 만나면 일부러 외면하기도 한다. 미동정으로 남겨두면 왠지 개운치 않아서다. 아는 녀석들부터 확인해 이름을 붙이고 헷갈리는 녀석들을 찾다보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 동정을 하게되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면 스트레스로 남는다.
자나방과(Geometridae) 나방들은 우리나라에 683종 이상이 알려진 매우 큰 무리인데 종이 많아서 그런지 특히 비슷한 녀석들이 많다.
2020년 8월 6일, 동천교 부근의 광주천에서 흔하게 보이는 애벌레를 만났다. 어느 산을 가든 눈에 잘 띄는 녀석이라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바탕색과 무늬가 자라면서 변하기도 해 변이가 많은 녀석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통으로 2배마디에 나무의 옹기 같은 돌기가 1쌍씩 있고 배 끝에도 작은 돌기가 1쌍이 있어 알아 볼 수 있다. 어린 유충에서는 배 끝의 돌기가 잘 보이지 않으니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좀작살나무에 있는 녀석은 연두색 몸통이지만 옹기같은 돌기가 뚜렷하게 보인다. 네눈가지나방 애벌레다.
2020년 8월 29일, 무등산 용추폭포 가는 길에서도 네눈가지나방 애벌레를 다시 만났는데 녀석은 갈색에 가깝다. 바탕색만으로는 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탈피를 하면서 색이 변해가는지 아님 변이된 녀석인지 모르겠다.
2023년 9월 5일, 천안 광덕산에서 네눈가지나방 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나 혼자서 몇 번 애벌레를 찾아 나섰지만 영 신통치 않았었는데 허운홍 선생과 함께 하니 꽤 많은 애벌레들이 보였다. 네눈가지나방 애벌레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 주니 쉽게 이해가 된다. 녀석은 갈색바탕에 검은색이 군데 군데 있었지만 옹이 같은 돌기가 뚜렷하게 보인다. 단풍나무, 신갈나무 등 다양한 활엽수를 먹고 사는데 7월~9월에 보인다. 유충길이는 40~48㎜ 정도니 작은편은 아니다. 우화시기는 7~8월과 이듬해 4월이다.
네눈가지나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2014년 7월 23일, 안동호반자연휴양림에서 네눈가지나방을 만났다. 안동은 지리적으로 멀어 가기가 쉽지 않은데 경북숲해설가협회의 초청을 받아 1박2일 일정으로 다녀 올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는 어떤 나방들이 살고 있는지 궁금해 밤에 카메라를 챙겨 불빛이 있는 곳을 찾아 다니던 중 네눈가지나방을 만난 것이다.
날개는 회갈색이며 톱니무늬가 있다. 날개 아랫면을 보니 눈 모양의 무늬가 선명하게 보인다. 앞날개에도 무늬가 있다는데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 앞날개에 눈 모양의 무늬가 없는 개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녀석은 아마도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다. 앞날개와 뒷날개에 각각 눈 모양의 무늬가 있어 나방의 이름이 네눈가지나방인 것으로 생각된다. 덕분에 이름을 기억하기는 조금 쉬운 편이다.
2019년 6월 14일, 일곡동 한새봉에서도 네눈가지나방을 만났다. 뒷날개의 눈 모양 무늬가 선명하다. 헌데 녀석의 몸에 붉은색의 뭔가가 붙어 있다. 진드기인지 등에인지 모르겠다. 날아 다니는 나방의 몸에 어떻게 붙어 있을까 궁금하다.
생김새도 무늬도 색상도 비슷한 녀석들이 너무 많고, 이름도 네눈가지나방, 네눈쑥가지나방, 네줄가지나방 등 어느것 하나 만만한게 없다. 그렇지만 조그마한 차이점을 구분해 내고 내것으로 만들어 낼 때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열심히 자료를 뒤적이며 만나야 할 녀석들을 그려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