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배 위 작고 검은 사각무늬 ‘눈에띄네’
백합과 여러해살이 풀 ‘산자고’
불갑사서 산자고에 붙은 나방 발견
어지럽게 펼쳐진 물결무늬 날개

애벌레, 황갈색 머리 가슴·배는 녹색
유충시기 5월…35㎜ 길이에 3월 우화

 

흰점세줄가지나방(2014년 3월 23일, 불갑산)
흰점세줄가지나방(2014년 3월 23일, 불갑산)

영광 불갑사 계곡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붉은 상사화가 온 산을 뒤덮어 야생화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 같다. 상사화는 엄청난 번식력으로 다른 식물들의 자리를 차지해 버린다. 식생이 좋아 야생화도 보고 곤충들도 관찰하기 위해 자주 찾던 곳이었는데 상사화가 범람(?)한 이후엔 거의 가지 않았던 것같다. 물론 상사화의 붉은 꽃 물결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으니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한 종이 독차지한다면 더 이상 좋은 생태는 아닐 것이다.

2014년 3월 23일, 불갑사 뒤편 조그마한 저수지를 끼고 이른 봄꽃들과 나방들이 있는지 둘러본다. 여기 저기 꿩의 바람꽃 그리고 산자고 등 꽃들이 보인다. 개별꽃, 현호색도 멋진 자태를 뽐낸다. 칙칙한 나뭇껍질엔 교묘하게 곧은띠밤나방이 숨어있고, 수검은줄점불나방 애벌레는 벌써부터 좋은 식성을 자랑하며 먹이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숲 전체에 생기가 넘친다.

산자고가 여기 저기 수줍은 듯 꽃을 피우고 있다.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산자고는 중부 이남 지방의 양지바른 풀밭에서 자란다. 이른봄 파란 줄기 사이로 흰꽃이 위를 향해 핀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멋진 녀석들을 찾아 걸음을 옮기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녀석이 있다. 산자고 줄기를 붙잡고 있는 나방 한마리.

앞날개 외횡선에서 전연 쪽으로 흰 점무늬가 희미하게 보인다. 어지럽게 물결무늬가 있고 빗살무늬 더듬이는 활짝 폈다. 수컷으로 보인다. 흰점세줄가지나방이다. 흰점무늬가 있어 이름에 흰점이 들어간 것으로 이해는 하지만 쉽게 머릿속에 기억되지는 않을 것 같다.

애벌레를 보면 이해가 쉬울까?

2017년 5월 4일, 담양 병풍산에서 흰점세줄가지나방 애벌레를 만난 적이 있다. 머리는 황갈색이고 가슴과 배는 녹색이다. 배 2, 3째마디 위에는 작고 검은 사각무늬가 있다. 2째마디 양옆에는 작고 검붉은 돌기도 보인다. 유충시기는 5월이며, 길이는 35㎜ 정도되니 큰 편은 아니다. 이듬해 3월 우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먹이식물은 팽나무인데 광식성이라 이것 저것 다 먹는다.

어른벌레는 생김새가 비슷하게 생긴 나방들이 많아 동정하기 정말 어렵다. 암컷의 경우 세줄날개가지나방과 너무 흡사하여 필자도 오동정해 놓은 적이 있다. 2023년 7월 23일, 사무실이 있는 영인면에서 만난 녀석인데 흰점세줄가지나방 암컷으로 이름 붙였었는데 아무래도 이상하여 다초리 김상수 저자에게 물어 봤더니 세줄날개가지나방이라 알려줘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이 지면을 통해 나방을 소개하면서 수많은 오류를 바로 잡고 있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으면 확인하고 있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질 않는다.

흰점세줄가지나방 애벌레는 나름 특징이 있어 동정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이름을 기억하기엔 결코 쉽지가 않다. 천재가 아닌 이상 다 기억할 수 없고 대충 도감 어디를 뒤지면 찾을 수 있다는것만으로 만족하자 자신을 위로해 본다. 아직도 애벌레와 어른벌레의 짝을 맞추지 못한 녀석들이 엄청 많다. 애벌레가 있으면 어른벌레가 없고, 어른벌레가 있으면 애벌레가 없고, 다 없는 경우도 많다.

아직 추운 겨울이지만 애벌레 상태로 겨울을 나는 녀석들도 꽤 있다. 어른벌레로 겨울을 이겨 내고 있는 녀석들도 있기에 나의 겨울은 결코 춥지 않다.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 보자 다짐해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산자고(2014년 3월 23일, 불갑산)
산자고(2014년 3월 23일, 불갑산)
흰점세줄가지나방 애벌레(2017년 5월 4일, 병풍산)
흰점세줄가지나방 애벌레(2017년 5월 4일, 병풍산)
흰점세줄가지나방 애벌레(2017년 5월 4일, 병풍산)
흰점세줄가지나방 애벌레(2017년 5월 4일, 병풍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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