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탄광…‘118년’ 만에 역사 속
한국광해공단, ‘수몰’ 방식 복구 예정
환경오염 우려, 화순군·지역주민 반발
전남시군의장협의회도…국비 지원 ‘촉구’

 

1905년 광구로 등록돼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화순탄광. 하지만 지난해 6월 국가 정책 및 에너지원 변경에 따른 석탄산업의 쇠락으로 폐광됐다. /화순군 제공

지난해 6월 일제강점기부터 채굴을 시작해 대한민국 산업화를 견인했던 전남 화순탄광이 11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05년 광구로 등록돼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으나 국가 정책 및 에너지원 변경에 따른 석탄산업의 쇠락으로 폐광됐다.

이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진 화순탄광은 폐광 직후부터 현재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화순군이 요청한 갱도 유지 관련 외산을 외면한 데다, 폐광된 화순탄광을 지하수 침수 방식으로 복구할 계획이어서 침출수 유출에 따른 환경오염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화순 주민들은 최근 폐광비상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갱도 침수 반대와 국비 지원 촉구’ 군민 서명운동에 나서며 정부의 행정을 규탄하고 나섰다.

◆‘118년’ 화순탄광 역사 속으로

화순탄광은 전남 화순군 동면에 위치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05년 탄전이 발견되면서 우리나라 1호 탄광으로 등록된 곳으로 정식명칭은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다. 총면적 30.7㎢에 갱도 길이는 80㎞에 달한다.

1905년 한 인물이 화순에 광업권을 등록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첫 채탄은 1908년에 이뤄졌다. 1934년에는 일본 종연방직이 이를 인수해 종연탄광과 남선탄광으로 개발하면서 무연탄(석탄) 생산이 시작됐다. 1945년 해방 직후에는 미군정 직할로 운영되다가 1946년 5월부터 상공부가 직할 운영했으며, 1950년 11월 창립된 대한석탄공사로 운영권이 이관되면서 화순광업소로 재편됐다. 이후 탄광은 지속적인 확장을 거듭하면서 총 80㎞에 달하는 갱도를 갖추게 됐다. 화순탄광은 산업화 시기 정부의 석탄·광업육성 정책에 따라 무연탄을 생산하면서 1960년대에는 강원 삼척·영월· 태백 탄광 등과 함께 국내 4대 탄광으로 대한민국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도모했다. 1989년에는 연간 70만 5천톤의 무연탄을 생산하며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고, 화순 동면의 인구가 1만 명을 넘어서며 상권들도 형성됐다.

하지만 정부의 석탄 사용 규제 방침 시행과 1990년대 액화천연가스(LNG)로 난방 수단이 바뀌면서 점차 생산량이 줄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인 2020년에는 9만 2천톤, 2021년에는 7만 5천톤, 2022년에는 6만 3천톤 등 지속적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정부는 2022년 12월 석탄 감산 방침을 담은 ‘제6차 석탄산업 장기계획’에 따라 화순탄광의 폐광을 결정했다. 이로써 화순탄광은 2023년 6월 30일 폐광되는데, 이는 2025년 안에 전국 공영탄광을 모두 폐광시키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정부는 2023년 화순광업소를 시작으로 2024년 말 강원 태백광업소와 2025년 말 삼척광업소를 단계적으로 폐광한다는 방침이다.
 

전남 화순탄광 폐광 종업식이 열린 지난해 6월, 전남 화순군 동면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에서 광부가 탄광 앞을 둘러보고 있다. 국내 1호이자 국토 서남권의 유일한 화순탄광은 1905년 문을 연 이후 지역 경제를 견인해왔지만 정부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석탄공사를 정리하는 정책 결정을 내리면서 문을 닫게됐다. /뉴시스

◆한국광해공단 수몰 방식 복구 예정

15일 남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광해공단은 화순탄광 갱도에 지하수를 채우는 방식으로 복구를 계획하고 있다.

화순탄광에는 매일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나오고 있다. 화순탄광은 석탄 채굴을 위해 매일 수십 대의 펌프를 이용해 차오르는 지하수를 밖으로 빼내 왔다.

지하수를 빼내지 않으면 지하 갱도는 지하수가 차올라 잠기기 때문이다. 광해공단은 물을 빼내지 않고 수몰하는 방식으로 복구를 계획한 것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발주한 ‘광해개황조사 및 종합복구대책’ 수립 용역의 중간보고에 따르면 문 닫은 화순탄광의 지하 곳곳에 뚫려있는 갱도에 지하수를 채워 넣어 지반 침하나 붕괴 등 추가 피해를 막을 계획이다.

광해 복구란 광산 개발로 훼손된 자연을 원상태로 되돌리거나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조치로, 지하 갱도의 경우 지하수를 채워 넣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공단은 탄광 복구 시 지하에 남은 유류와 석탄 운반 시 사용됐던 광차 등 이동이 가능한 시설물만 철거 예정이다. 광해공단은 갱내 시설물을 철거할 경우 안전사고 우려가 있고 탄광에 지하수를 채우는 것은 일반적인 복구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레일 등을 모두 철거하려면 수년의 기간이 필요하고 약 140억원의 비용이 소모되지만 고철 판매 등 수익은 50억원 정도에 불과할 거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화순탄광 갱도에 지하수를 채우지 않고 폐광 직후 상태로 유지하려면 배수와 정화 등에 연간 87억9천여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달 29일 화순군민 112명으로 구성된 ‘폐광대책협의회(회장 박연)’는 화순탄광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폐광대책협의회 제공

◆환경오염 우려, 화순군·지역주민 반발

화순군과 전남시군의장협의회, 화순군 지역주민들은 광해공단의 복구 방식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대부분의 탄광 시설을 그대로 둔 채 지하수를 채울 시 수장된 시설물들로 인한 주변 환경오염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화순군민 112명으로 구성된 ‘폐광대책협의회(회장 박연)’는 지난달 29일 화순탄광 앞에서 출범식을 열고 “지하수뿐만 아니라 영산강까지 오염이 우려되는데도 각종 시설물을 그대로 두고 수장하겠다는 구상은 무책임한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광해광업공단은 경제성 등을 이유로 갱도 내부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침수하겠다는 일방통보식 결정을 내렸다”며 “갱도가 이대로 수몰된다면 우리가 직접 내부에 진입해 방치된 폐유 등을 꺼내고 배수하겠다”고 강조했다.

화순군은 갱도 유지를 위해 2024년 예산 80억여원을 정부에 요구해 왔으나 2024년 예산에는 갱도 유지관리비 24억원과 폐광 갱도 활용 전략 수립 용역을 위한 5억원만 반영됐다.

이처럼 폐광 대책이 겉돌자, 화순지역 주민들은 폐광대책협의회를 구성해 적극 반발하고 있다.
 

전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지난 10일 제288회 월례회의에서 ‘화순탄광 갱도 침수 반대 및 국비 지원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화순군의회 제공

◆전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침수 반대·국비 지원 촉구

전남지역 시군의회 의장들로 구성된 전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협의회)도 정부의 이 같은 행정을 비판하며 국비 지원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지난 10일 제288회 월례회의에서 하성동 화순군의회 의장이 제안한 ‘화순탄광 갱도 침수 반대 및 국비 지원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해당 결의안은 화순탄광이 화순군만의 문제가 아닌, 전라남도 각 시·군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한 사안임을 강조하기 위해 제안됐다.

하성동 의장은 제안설명을 통해 “화순탄광이 118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지난해 6월 조기 폐광된 이후, 화순군민은 화순탄광의 오랜 역사·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갱도를 활용한 경쟁력 있는 대체산업의 발굴을 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에서는 환경오염의 원인인 각종 폐광산시설물·자재 등을 그대로 둔 채 갱도를 수장한다는 결과를 내세우고 있고, 폐광 부지매입비 등 국비 지원이 당연한 예산들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화순탄광은 영산강 상류에 위치해 그 피해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폐광부지는 일반적인 토지와 다르게 100여 년 동안의 채굴 작업으로 탄광 부지뿐만 아니라 주변 마을과 하천까지 광해를 입었고, 지하에는 갱도가 있어 광해 복구와 안전을 위한 보강 및 개선에 예측불허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정부에 “갱도 침수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갱내 시설물을 완전 철거해하 한다. 2024년 화순탄광 갱도 유지관리비와 폐광 부지매입비를 반드시 국비로 지원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이날 채택된 결의안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현행 기자 lh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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