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국립목포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성현 목포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성현 목포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저출산·고령화, 인구유출과 같은 가장 심각한 인구문제를 가진 지역은 단연 섬지역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2018)에 따르면, 지역 유형별 지역소멸지수의 평균은 섬지역 0.234, 어촌지역 0.303, 농촌지역 0.341, 도시지역 1.208로 나타나, 섬지역이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인구가 사라지고 거주지 섬이 무인도가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섬의 육지부는 칡넝쿨과 같은 식물들이 무질서하게 자라 농경지와 마을은 황폐하게 되고 해안가에는 바다에서 밀려온 해양쓰레기들이 방치되어 환경오염이 발생하게 된다. 해당 지자체 관점에서 이는 주로 세입의 감소로 이어지며, 단순히 지방소득세, 주민세 등의 감소만을 의미하기보다는 주민의 경제활동 중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의 세수 감소를 의미한다. 특히, 국토 끝에 위치한 섬들이 무인도가 될 경우에는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에 대한 권리를 상실할 수도 있다. 섬은 국토의 시작점이 되는 해양기점으로 해양 영토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삶의 터전 제공, 해양자원의 보고로 활용되는 등 지정학적·생태학적 가치가 있는 국가 핵심공간이다. 섬의 존재로 파생되는 해양주권, 국가안보 등 다원적 가치를 지속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섬 공동화 현상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인구감소 추세를 단기간에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최근 학계와 정부에서는 지역활성화의 대안으로 ‘복수주소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 제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인구의 양적 확대가 어려운 현실에서 인구의 ‘이동성’을 반영해 지방 균형화를 꾀하는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두 개 이상의 주소를 가질 수 있는 복수주소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의 복수주소제는 주 거주지와 부 거주지로 구분되며, 말 그대로 주로 거주하는 거주지와 주 거주지 이외의 거주지를 의미한다. 행정적으로 주 거주지와 부 거주지의 구분은 생활의 기준점(중심지)으로 판단한다. 예컨대, 주말 부부의 경우 부 거주지에서의 생활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주말에 가족이 모이는 곳을 생활의 기준점, 즉 주 거주지로 삼는다.

이처럼 복수주소제의 일반적인 개념은 한 주민이 두 개 이상의 지역에 주소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섬 지역에 적용할 경우, 섬 복수주소제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등록상의 주소지는 두고, 섬 지역에서 생활·경제활동 등을 수행하고 있는 곳에 추가적인 주소지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2023년 12월 국회섬발전연구회 포럼에서 주제발표한 한국섬진흥원 최지호 실장이 주장한 바 있다. 이는 복수주소제에 정부가 현재 시행하는 생활인구 확대 정책, 고향사랑기부제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하였다.

현행 법체계에서 주소는 거주자로 인정되는 주민의 권한이며, 거주자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공공시설을 이용한 권리 및 정책의 균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된다. 보장되는 권리뿐만 아니라, 세금 납부 등의 의무가 설정되므로 주소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제도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률체계에서는 공급자 관점과 수요자 관점, 행정적 권한의 행사, 정치적 권한의 행사 수준에 따라 구분되는 주소의 유형에 따라 복수주소제 적용의 가능성은 일정부분 열려있다.
 

복수주소제를 도입할 수 있는 영역은 다음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3유형(전자민원 발급)을 중심으로 제4유형의 부재자 및 사전 투표, 제2유형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실제 주민에게 필요한 행정서비스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며, 어떠한 전달체계를 갖추어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시범 적용 및 확대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복수주소제의 시범적인 적용은 섬 지역이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가 당면한 인구감소에 대응하고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구와 주소개념을 유연하게 확대해서 활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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