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국립목포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성현 국립목포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11.8%의 공간에 전체 인구의 과반수가 살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경기도는 오히려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대규모 택지 개발, 광역 교통망 확충,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가격 등이 인구유입 요인이다. 이와 반대로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전남은 1986년 284만 명에 달하였으나 20년 만에 200만 명 선이 무너졌고, 지난해 180만 명까지 인구가 감소했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에는 무안군과 5개 시를 제외한 16개 군이 포함되어 전라남도의 열악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저출생 등으로 인한 인구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처럼 인구쏠림도 지역소멸의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전라남도의 지자체 중에는 ‘1만원 아파트’와 ‘다둥이 억대 출산 장려금’ 등 파격적인 시책으로 인구유입에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대부분 경제적인 지원에 한하고 있어 그 한계 또한 명확하다. 우리보다 앞서 이러한 상황을 겪은 일본의 경우, 2014년 ‘지방창생법’을 제정하여 인구감소문제 극복과 수도권 집중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현재까지 제1기 및 제2기 ‘마을·사람·일자리 종합전략’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은 지방 일자리 창출, 지방이주 및 교류 촉진, 청년세대의 결혼·출산·육아 지원, 마을만들기 등이다. 현재 제2기 종합전략에 따른 사업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전남과 유사한 입지적 여건에서 지역창생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사례를 알아본다.

도교에서 서쪽으로 약 800㎞ 떨어진 고치현 쓰노초에는 토코나베라는 마을이 있다. 이곳은 고치현 중서부에 위치하여 행정서비스의 접근이 취약한 산간 마을이다. 초등학교가 폐교한 이후, 마을이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주민 스스로 대책회의체를 만들어 지방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곳이다. 이 과정에서 행정은 주민들과 100회를 걸친 협의회 회의를 통해 ‘마을의 역사도 장래도 학교 빼고는 말할 수 없다. 가능한 한 학교 건물을 남기면서 지역 활성화의 핵심 시설로 만들자’라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이에 따라 공동식사공간, 숙박시설과 농산물 선별센터를 설립하였다. 주민들이 계획하고, 건물을 리모델링할 때도 설계부터 주민들의 의향을 충분히 담았다. 학교 건물은 마을 생협, 이자카야, 숙박시설, 합숙시설 등로 구성되었고, ‘숲의 둥지 상자’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행정은 이러한 핵심공간을 정비하였고, 마을 주민 전원이 출자한 공동경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령자들은 농산물 선별장을 운영하여 지역 농산물의 출하를 통해 소득 향상과 건강한 활동을 도모하고 있다. 이곳에 연간 약 600~1천 명이 숙박하며, 상가 매상도 연간 400만 엔 정도로 증가하였다.

야쓰자와베초는 훗카이도 남서부에 있는 농업과 임업을 주산업으로 하는 지역이다. 1960년에 1만 명을 넘었던 인구는 2022년 3월 3천563명까지 감소하였다. 고등학교가 없어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마을 밖으로 떠나 마을로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지자체는 키치하이크(KitchHike)라는 민간기업과 함께 종사하고 있는 육아세대의 단기체류(일명 ‘보육원 유학’이라 함) 정책을 시작하였다. 가족이 1~3주간 야쓰자와베초에 머무르고, 아이는 현지의 보육원에 다니면서 도시에서 할 수 없는 체험을 한다. 동반가족은 체류 주택에서 원격근무를 하고, 휴일에는 현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사업 시작 이후 100가족 이상이 신청하였고 1년 예약이 모두 마감되었다, 이 사업은 영구적인 이주가 어려운 가족을 대상으로 마을에 단기간 체재하며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마을은 체류객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여 보육원유학과 재택근무와 연계하고, 체류인구가 단기·장기적으로 체재할 수 있는 거주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마을에 이주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우리 전남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지만,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전남 지역도 매년 폐교가 늘어나고 있다. 마을 학교는 단순 교육의 기능을 넘어 주민공동체의 유산이기도 하다. 이를 매각하는 것보다는 마을공동체가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지역을 살리는 접근이 될 것이다. 또한 일시적으로 사람을 모으는 사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전망하고 지속적인 수익화와 사업화를 통해 지역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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