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훈(광주광역시의원)

 

강수훈 광주광역시의원

이번 설에도 예외는 없었다. 서로의 덕담을 주고받는 즐겁고 따뜻한 설 명절이 되기를 원했지만, 떡국 위로 오가는 대화는 차가웠다. 민생에 불어닥친 한파로 지역 경제가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 경제실패의 밑바닥에는 정치가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직무유기에서 나왔다는 지적, 그렇게 이어졌던 모든 대화의 귀결은 무능과 무책임,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한탄이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단결된 힘으로 수차례 국난 극복의 경험을 한 바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유능한 민생정당의 기치를 내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크다. 그러나 올해 4월 총선을 앞둔 설날 민심에 있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과정은 그나마 있던 정도 사라지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럼에도 마지막 당부는 ‘더불어민주당의 단결’이었다. 그랬다. 지금과 같은 혼란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끈끈한 단결과 화합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과 호남이 살길이고, 이기는 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들은 나라 걱정과 더불어민주당 지키기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 출세만을 지향하는 모양새다. 갈라치기와 편가르기, 쌈붙이기와 이간질을 통한 표 분석에 혈안이 되어있다.

이같은 위기를 직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설 명절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오후 자신의 SNS에서 ‘단결만이 답입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본인의 소신을 밝혔다. “계파를 가르고 출신을 따질 여유가 없다”면서 당내 단결을 당부했다. 심지어 “친명과 비명을 나누는 것은 소명을 외면하는 죄악이다”고 밝히면서 “오직 단결하고 하나된 힘으로 주어진 책무를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앞서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민주당은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친명과 친문으로 프레임 나누지 않고 명문정당으로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당 대표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당내에서 편을 가르면 안된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출세만을 생각하는 후보들의 행보는 아랑곳 없다. 필자는 이재명 대표에게 제안한다. 갈라치기로 해당행위를 하는 총선 후보가 있다면 과감하게 페널티를 주자!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한마음으로 한뜻으로 힘을 모으자고 한 명문정당 더불어민주당의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찐명, 친명, 비명 출신이라고 하는 과거 프레임을 부수고, 미래 경쟁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이다. 짧은 경선 일정이지만 토론도 좋고, 정견 발표도 좋다. 후보 간 비전 제시를 할 수 있는 열린 장이 꼭 만들어져야 한다.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이 말했듯, 현재가 과거와 싸우도록 내버려두면 잃는 것은 미래 뿐이라고 했다. 과거와 씨름하는 정치가 결코 좋은 변화를 만들 수는 없다. 진영 간 대립과 조롱, 전쟁 치르듯이 공격만 난무하는 정치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사법부는 과거를 처리하고, 행정부는 현재를 관리하고, 입법부인 국회와 정치는 미래를 제시한다고 하는데 지금 총선 정국처럼 미래없이 출신만 따져서는 점점 과거로 회귀하는 윤석열 정권을 절대 이길 수 없다.

멸문지화(滅門之禍)란 말이 있다. 자신의 목숨보다 가문의 명예가 더 중요했던 시절 반역죄를 지었을 때 부모, 형제, 처자 등 온 집안사람이 모두 죽임을 당함으로써 겪는 재앙을 뜻한다는 말이다.

22대 총선을 앞둔 지금,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명문지화(明文之禍)가 우려된다고 한다. 각 계파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민주정부의 역사를 만들어 온 더불어민주당 가문이 사라질 위기라는 의미다. 가문의 위기는 늘 내부에서부터 발현한다. 이제 멈추자! 그리고 제발 민심을 읽자! 더불어민주당이 살길은 미래를 위한 단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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