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삼호읍 한경준 과일이야기 대표
군 지원으로 지역 농산물 유통 새길 터
급속도로 성장한 장사 비법은…‘정(情)’
“실패 두려움 떨치고 하고 싶은 일 해야”

한경준 과일이야기 대표가 판매중인 과일들을 소개하고 있다. /영암군 제공

“영암군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 제 가게는 없었겠죠?”

2년 전 300만원으로 가게를 차린 뒤 지난해 매출 10억을 달성한 전남 영암군의 한 청년창업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영암군 삼호읍 삼호중앙로에서 농산물 유통가게 ‘과일이야기’ 삼호점을 운영하는 한경준(27) 대표.

처음 어머니와 어렵사리 차린 한 대표의 과일 가게는 이제 배달 트럭 3대를 운영하고 3명의 청년을 고용할 정도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목포 옥암동에 분점까지 냈다.

영암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한 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영암에서 목포의 한 카페로 출퇴근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기약은 없었지만 과일 카페를 차리는 꿈을 꾸고 있었고, 영암에서 무화과를 도매하는 누나를 틈틈이 도와 다른 과일가게에 납품하는 일을 했다.

시간이 흘러 2022년 ‘과일 카페를 차리는 꿈’과 ‘누나 일 돕기’에서 한 대표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 대표는 ‘과일 카페처럼 젊은 층의 기호에 맞게 과일을 자르거나 소분해서 팔아볼까’, ‘영암 무화과로 그릭요거트 같은 가공품을 만들어 팔면 좋을 텐데’, ‘SNS를 이용해 좋은 과일을 대량으로 싸게 팔면 승산이 있겠다’ 등의 사업 아이템을 준비했다.

당시 한 대표의 전 재산은 300만원. 창업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초기자본이었다. 답답해하던 한 대표에게 길을 열어 준 것은 영암군의 ‘밀키트 창업지원 플랫폼 구축 및 운영 사업’이었다.

영암군은 2022~2023년 2년간 한 대표에게 1천500만원의 지원금과 경영 컨설팅 등을 제공했다.

한 대표는 “영암군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가게는 없었을 것”이라며 “지원금으로 가게 임대료 등을 내며 창업 초기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렇듯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성실과 신뢰로 키웠다. 사업 초창기 400만원을 들여 비파괴 당도측정기를 구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었던 좋은 과일 고르기 노하우를 첨단 기기를 활용해 보완하고, 손님에게도 객관적 수치로 당도를 보여주자 믿음이 쌓였다. 당도가 덜한 과일은 주스로 가공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기지도 발휘하고, 과일 1개만 썩어 있어도 1상자 전체를 교환해 주는 과감한 수완도 병행했다. 거래가 반복되며 매장을 신뢰한 손님들은 다양한 지역 농산물과 가공품도 함께 판매해달라고 요청했고, 한 대표는 다양한 품목으로 판매를 확대해 여기에 보답했다.

요즘 한 대표의 일과는 새벽 시간 목포와 광주, 순천과 여수의 공판장에서 시작된다. 신선하고 질 좋은 과일을 저렴하게 손님에게 내놓자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삼호점의 과일 냉장창고와 목포 옥암점을 1톤 트럭으로 오가며 조금이라도 더 신선한 과일을 소비자에게 전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지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장사비법은 손님을 ‘정(情)’으로 맞는 마음이다.

한경준 대표는 “세상에 맛있는 과일가게는 많지만 정을 나누는 곳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정으로 고객을 대접한다”며 “막연했던 과일 카페를 크게 차려볼 구체적 계획을 세워가고 있다. 과일이야기에서 저를 보고 꿈을 키워가고 있는 3명의 직원에게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청년들이 실패의 두려움을 떨치고 영암에서 창업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현행 기자 lh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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