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교 이후 첫 봉인 해제
교정에 묻어둔 ‘미래 나의 모습’
골프선수 꿈꾸던 중학생 ‘꿈’ 실현
“학창 시절 ‘나’ 만나니 감회 새로워”

 

용정중 제1회 졸업생인 김경범씨가 20년 전 묻어둔 꿈단지를 열고 있다. /전남교육청 제공

2004년 2월 19일, 골프 선수가 되겠다던 까까머리 남학생은 20년 뒤 꿈을 이루고 두 아이를 키우는 든든한 가장이 됐다. 디자인 공부를 하겠다던 야무진 여학생도 지역사회를 빛내는 일원으로 성장했다. 20년 전, ‘미래 나의 모습’을 그리며 용정중학교 학생들이 소중히 묻어둔 꿈단지가 2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19일 전남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전남 보성 용정중학교에서는 ‘제1회 졸업생 꿈단지 여는 날’ 행사가 열렸다.

‘꿈단지’는 매년 졸업생들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발표한 후, 동그란 단지에 담아 교정에 묻는 용정중만의 특별 프로그램이다. 이날은 2003년 개교 이후 처음으로 묻어둔 1회 졸업생들의 꿈단지가 봉인해제 되는 날이다.

이 행사에는 1회 졸업생과 가족들을 비롯해 올해 졸업하는 졸업생과 재학생, 교직원, 동문, 지역민들 50여 명이 함께해 지난 20년을 추억하고, 다가올 20년의 비전을 나누는 귀한 시간으로 채워졌다.

1회 졸업생 대표로 참여한 김경범·민세정 씨는 중학교 시절 추억이 가득한 모교를 둘러본 뒤, 꿈단지를 묻어둔 본관 앞뜰에 이르렀다. 20년 전 설렘을 담아 땅을 파내니 꿈단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학생과 가족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반겼다. 테이프로 밀봉돼 있던 꿈단지 안에는 그해 졸업생 5명이 꾹꾹 눌러쓴 ‘20년 후 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경범 씨는 “골프 선수가 되겠다는 당찬 중학생 시절의 나를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며 “진심을 다 해 적었던 당시의 꿈을, 하나하나 실현해가면서 문득 ‘꿈단지’가 생각날 때가 있었다. 실제 그 꿈을 이뤄 두 아이의 아빠로, 또 프로 선수로 활동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세정 씨도 “단지 안의 꿈에 ‘20년 후 나는 역시,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있다. 내 할 일로 바쁘기 때문에 만족한다’는 글귀가 그 시절의 나를 대변하듯 당돌하다. 이 같은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의 20년도 당차게 살아가겠다”고 전해 큰 박수를 받았다.

새로운 ‘꿈단지’도 용정뜰에 묻혔다. 올해 용정중 졸업생들은 저마다의 꿈을 발표하며 20년 후 ‘미래의 나’를 기약했다.

박경선 교장은 “사회의 든든한 일원으로 성장해 학생들에게 희망과 모범이 돼 준 1회 졸업생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며 “앞으로도 매해 졸업생들이 ‘꿈단지’를 찾아 용정 뜰에 모여 추억을 되뇌고, 꿈을 위해 늘 도전하는 인재로 성장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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