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폴애드 대표 컨설턴트)

 

김형주 폴애드 대표 컨설턴트

민주당의 ‘심장’ ‘텃밭’이라 불리는 광주·전라지역의 공천심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는 현역의원과 도전자 간의 일대일 대결이다. 결과발표가 되자 경선도 못 해보고 컷오프된 예비후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그동안 공표된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공천심사 결과가 나왔다며 재심도 신청하고 기자회견도 해보지만, 공관위는 끄떡도 없다. 19일까지 전략공천 발표를 제외하고 대략 84개 지역구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중 재심청구 인용은 단 1건에 불과했다. 그렇다 보니 있으나 마나 한 재심청구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공천심사에서 제일 중요한 지표가 여론조사 방식인 공천적합도 조사라고들 하지만, 실제론 공천적합도 조사 결과가 총 100점 만점에 40점으로 환산해 반영되다 보니 그 격차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공천적합도 조사에서 1위와 2위 후보가 20%가 차이가 나더라도 4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불과 8점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니 총 100점 만점에 60점을 차지하는 정체성, 기여도, 의정활동능력, 도덕성, 면접 등의 소위 정무적인 의지가 반영된 정성평가 항목과 가·감점 유무에 따라 좌우된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가감산은 공천적합도 조사 결과 점수가 아니라 개별 후보의 총점에서 가감산하다 보니 가감산 적용 비율에 따라 공천적합도 조사 결과 순위와 다르게 총점에서 순위가 달라지기도 한다. 공천심사에서 여성, 중중장애인, 만 45세 이하 청년은 25%, 1급 포상자 15%, 정치신인도 10~20% 등이 가산된다. 총점 60점이 가산비율 25%가 적용되면 75점으로 껑충 뛴다. 결국 가감산 유무가 공천심사에서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시스템 공천’은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내기 위해 소위 ‘밀실 공천’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천의 과정도 투명해야 한다. 정체성과 면접 등 정성적 평가지표는 공개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정량적 평가인 공천적합도 조사 결과는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컷오프된 후보들이 결과에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역의원 평가인 ‘선출직 공직자평가’ 결과 공개도 이뤄져야 한다. 공천심사가 이제 곧 절반을 넘어가고 있는데 하위 20%에 해당하는 당사자들조차 아직 모르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되는가? 혹여 탈당하고 제3지대에 합류할 우려로 통보를 미루고 있다지만, 이 역시 투명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정당이 객관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깜깜이 공천’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이면엔 유권자들의 의식과 투표행태에도 일부 기인한다. 지난 2020년 실시된 21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표 후보 선택에서 선거 전과 선거 후에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들이 선거 전에 이뤄진 조사에서는 ‘소속 정당’ 29%, ‘인물·능력·도덕성’ 29.8%, ‘정책·공약’ 29.7%로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선거 후 조사에서는 ‘소속 정당’ 41.9%, ‘인물·능력·도덕성’ 24.6%, ‘정책·공약’ 20.7%로 확연히 ‘소속 정당’을 가장 중요한 선택 이유로 응답했다. 선거 전에는 그래도 인물과 능력, 정책을 살펴본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투표할때는 ‘정당일체감(Party Identification)’이 발현되는 것이다. 특히 광주·전라지역은 ‘소속 정당’ 47%로 ‘정책·공약’ 14.7%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응답을 보였고,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처럼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에서도 광주·전라지역의 특정 정당에 대한 강력한 지지는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정당의 지지, 정당의 소속감, 정당일체감을 나무라거나 비판할 순 없다. 정당일체감은 지역적 연고에 따른 정서적 일체감일 수도 있다. 다만, 유권자가 후보 선택 요인에서 소속 정당에 대한 고려 못지않게 인물과 정책을 좀 더 비중 있게 고려한다면, 정당의 ‘시스템 공천’이 더욱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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