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남도일보 디지털뉴스본부장)

 

윤종채 남도일보 디지털뉴스본부장
윤종채 남도일보 디지털뉴스본부장

4·10 총선이 불과 50일 남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문제로 아수라장의 전조를 연상하게 한다. 친문-친명 갈등, 밀실 공천·사천 논란, 사법 리스크, 녹색정의당의 통합형 비례정당 불참 결정 등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10% 명단’이 통보되면서 4선 의원인 김영주 국회 부의장이 탈당하고, 재선 박용진·초선 윤영찬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는 등 공천 내홍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공천 양상은 내전에 가깝다. 친명과 비명이 싸우다가 비명 일부가 당내 살벌한 분위기를 스스로 못견디고 제 3지대로 뛰쳐나갔다. 그 자리엔 친명 완장을 찬 사람들이 공천을 노린다. 친명은 친문 등 비명을 포용해 내분의 불씨를 안고 가느니 차라리 총선에서 지더라도 확실한 친명만 남는 당으로 재편하려고 하는 듯하다. 이겨놓고 쫓겨나는 것보다는 지더라도 당을 계속 장악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총선 후 당권까지 염두에 둔 싸움이다 보니 친문 적자들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생존 대 생존의 투쟁으로 공천 내전이 불가피한 것이다.

아마도 이재명 대표의 눈은 벌써 2027년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듯하다. 총선에서 당을 친명으로 물갈이하고 잠룡들은 공천 배제해 당내 견제세력 없이 다음 대선까지 독주하겠다는 게 행보다. 그래서 이 대표를 야권 유일 대선 후보로 만들기 위한 ‘정지작업’이 이번 총선의 핵심이라는 말이 여의도 정가에 떠돌고 있다. 그러다보니 총선에서 당선되면 야권 유력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남 장흥 출신의 친문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친명의 방해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의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이 대표의 민주당엔 문재인 정권 세력과의 통합도 화합도 필요치 않다는 듯 싶다.

‘민주당이 사당화돼 간다’ 는 국민적 비판이 거세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을 100여 일 앞둔 2021년 11월 20일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가겠다” 고 선언한 바 있다. 오직 ‘이재명만을 위한 민주당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다. 이후 자신의 정치 생명을 위한 방패로 국회와 민주당을 이용한다는 이미지를 스스로 굳혀왔다. 또 자신에 비판적인 비명 의원들을 축출하면서 사당화 의지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국민과 지지자들, 특히나 이 대표와 공존해온 친문까지도 바야흐로 민주당은 정말 ‘이재명의 민주당’이 됐다는 살벌함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민주당의 어수선한 모습이 위험한 상황까지 와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들리고 있는 공천 과정의 잡음은 느낌이 심상찮다. 특히 당내 계파 갈등이 절정에 이른 상태에서 공관위가 정한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 아니라 이 대표 의중에 따라 사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비명계에 대한 자객공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기 때문에 비선 실세가 개입되고 있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광주는 8개 선거구 가운데 경선지역을 발표하는 시기가 제각각에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특히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1·2위 후보가 컷오프 되고 3·4위 후보가 경선에 포함되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반발과 상경 투쟁, 삭발과 단식이 이어지자 재심이 인용되기도 했다. 또 전남은 10개 선거구 가운데 한 곳도 경선지역이 발표되지 않아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또한 홍영표·이인영·송갑석 의원 등 비명계 현역 의원을 제외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광주 서구갑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벌어지면서 비주류 특정 후보들을 ‘공천 학살’하려는 의도가 읽히고, 반민주적 밀실·비선 사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 이와 관련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광주 곳곳이 경선 홍역을 치르고 있다”며 “광주의 봄이 뒤숭숭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연이은 민주당의 분열과 공천 갈등 국면에서 도드라진 게 이 대표의 리더십 부재다.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 사태 당시 당 안팎의 통합 호소에도 침묵으로 응대했다. 공천을 둘러싼 파열이 커지는데도 이 대표는 보이지 않는다. 찐명, 친명, 친문, 비명을 가르고 다투는 행태는 2016년 총선 때 새누리당의 ‘진박 감별’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 새누리당은 그래서 폭삭 망했다. 그때 데자뷔처럼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가 “이런 추세라면 120석도 못 건질 것이다”라고 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민주당에 총선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고 했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고 자연의 순리다. 민심을 거스른 자는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된다.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 추세도 앞서 열거한 여러 원인에 따른 예견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검찰공화국’의 여당이 아무리 인기가 없더라도 ‘망천’이란 소리까지 듣는 ‘친명 공천’ 잡음을 민주당이 잠재우지 못하면 민심 이반으로 여당 아닌 ‘야당 심판론’이 얼마든지 대두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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