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청매실 농원·섬진강변 따라
울긋불긋 꽃망울 속 봄기운 가득
구례 산수유·홍매화 美 자태 뽐내
구봉산전망대·사성암 풍광 한눈에

 

봄 향기 가득한 광양 매화마을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은 섬진강을 따라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한다. 새하얀 백매화와 분홍빛 홍매화, 노랗게 물든 산수유가 상춘객들을 맞이한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일 년 중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지나면서 부쩍 따뜻해진 날씨가 봄꽃들의 단잠을 깨우고 있다. 3월 초·중순께나 만나볼 수 있었던 대표적인 봄꽃인 매화와 산수유가 일찌감치 꽃망울을 터뜨리며 상춘객을 맞이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3월 초로 예정돼 있는 광양 매화축제와 구례 산수유축제 일정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기 어렵다면 1박 2일 일정으로 전남 동부권을 둘러보며 봄의 기운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편집자 주>
 

지난해 3월 광양 매화마을에 매화꽃이 만개한 모습. /광양시 제공

◇전남의 봄 알리는 홍쌍리 청매실 농원

매년 3월 매화축제가 열리는 홍쌍리 청매실 농원에는 지난해보다 일주일가량 빠르게 홍매화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들이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일찍 찾아온 봄을 시샘이나 한 듯 겨울비가 내리면서 제법 쌀쌀한 날씨를 보이고 있지만 울긋불긋한 홍매화의 자태를 보고 있자면 추위도 금세 잊게 만든다. 찬바람에 놀란 가녀린 꽃들이 잎을 파르르 떨고 나면 뒤에 남는 향긋한 꽃내음이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순백의 자태를 뽐낼 청매화는 이제 막 꽃망울이 트이기 시작했지만 머지않아 있을 3월 축제를 고대하게 만든다. 당장 조금 더 많은 꽃들을 보고 싶다면 섬진강변 자전거길을 따라 잠시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올해 열리는 광양 매화축제는 오는 3월 8일부터 17일까지 ‘광양 매화, K-문화를 담다’라는 주제로 차별화되고 매력적인 콘텐츠로 관광객들을 불러 모을 예정이다.
 

광양 전남도립미술관 전경. /광양시 제공

◇전남도립미술관서 문화생활 향유

지난 2021년 문을 연 전남도립미술관에서는 현재 전남 도민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2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먼저 미술관 1층 기증전용관에서 진행되는 ‘시적추상(時的抽象)’은 기증 작품을 통해 한국 추상화의 다채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한국적 추상-사유의 세계’(1950~60년대 작품), ‘서정적 추상-자연의 생명력’(1980~90년대 작품), ‘관념적 추상- 색채의 풍경’(2000년대 이후 작품) 등 3개의 소주제로 구성돼 있다. 전남-경남 청년작가 교류전인 ‘오후 세 시’는 전남도립미술관이 새해를 맞아 열게 된 첫 전시로, ‘교류·상생·협력’을 키워드로 전남도립미술관과 경남도립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양 지역에서 각각 7명의 청년 작가를 선정, 신진작가에서 중견작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인 이들의 회화, 사진, 설치, 영상 등 총 36점의 실험적인 작품이 선을 보인다.
 

광양 와인동굴 전경. /광양시 제공

◇술맛도 보고, 사진도 찍고…‘일석이조’ 와인동굴

와인에 관심이 많은 애주가라면 와인동굴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와인동굴은 인근 광양제철소로 원료와 제품을 운송하기 위해 실제 화물열차가 운행됐던 길이 301m의 석정터널을 재활용한 곳이다. 광양 제철선 개량으로 지난 2011년 폐선됐다가 리모델링을 통해 2017년 지금의 와인동굴로 재탄생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와인의 기원과 역사, 종류 등 다양한 정보를 얻어 갈 수 있으며, 와인 셀프바가 마련돼 있어 안주에 곁들여 가볍게 와인의 풍미도 느껴볼 수 있다. 와인동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트릭아트를 연상시키는 많은 벽화와 영상들이 있어 함께 온 가족, 연인들과 사진을 찍기에도 이만한 곳이 없다. 동굴 끝에 다다르면 와인 족욕 체험장도 마련돼 있으니 여행으로 고단했을 발의 피로를 풀어주면 좋을 듯하다.
 

광양 구봉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넘이. /광양시 제공

◇‘해넘이 맛집’ 구봉산 전망대

끝으로 해넘이 바라보며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해발 473m 높이에 설치된 구봉산 전망대는 순천과 여수, 하동, 남해까지 조망할 수 있어 일출 및 야경 맛집으로 통한다. 광양만을 중심으로 이순신대교와 광양제철소, 여수산단, 순천왜성, 노량대교 등이 보여 탁 트인 풍광이 마치 파노라마를 연상케 한다. 해가 지고 나면 매화 형상을 한 메탈아트 봉수대가 황금빛을 발산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망대 아래 카페에 들러 낭만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 정상까지 차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행약자는 물론, 고된 일정으로 지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마을의 산수유 모습./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영원한 사랑’ 꽃말 따라 구례 산수유마을로

광양에서 매화를 구경했으니 구례로 건너가 황금빛 산수유의 매력 속에서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마음을 녹여보자. 아직까지 개화가 많이 이뤄지진 않았으나 3월로 넘어가면 마을 일대가 온통 노란 물결로 일렁일 전망이다.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산수유꽃 형상 조형물이 있어 사진을 남기기도 좋을 듯싶다. 올해 개최되는 ‘제25회 구례 산수유꽃 축제’는 오는 9일부터 17일까지 구례군 산동면 온천관광지 일원에서 꽃놀이객들을 맞는다. 다른 봄꽃들과 달리 산수유는 개화 이후 한 달 가까이 노란 자태를 뽐내기 때문에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급히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꽃을 구경할 수 있겠다. ‘영원·불변의 사랑’이라는 꽃말처럼 변함없는 사랑과 행복을 찾아 구례로 떠나보자.
 

전남 구례 화엄사의 각황전 옆 홍매화는 빛깔이 진해 검게 보여 ‘흑매’로 불린다. 수령은 약 300년이 됐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고즈넉한 정취 어우러진 화엄사 3매(梅)

광양에만 매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화엄사 홍매화가 섭섭해할지 모른다. 화엄사는 분홍매와 백매, 홍매 등 각기 다른 색채의 3매(梅)가 피기로 유명한 곳이다. 화엄사의 봄을 담기 위해 해마다 전국 각지의 사진작가들이 몰리고 있는 만큼 이곳 매화의 아름다움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화엄사 화엄매의 국가유산 천연기념물 지정을 기념하는 홍매화·들매화 사진대회 또한 올해도 열릴 예정이다. 현재 꽃망울이 하나 둘 틔어 오르기 시작했으니 3월 초순께면 고즈넉한 화엄사의 정취와 어우러져 봄이 오는 소리를 온전히 들을 수 있겠다.
 

봄을 맞아 구례수목원을 거닐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 /구례군 제공

◇사시사철 아름다움 가득한 구례수목원

사계절 내내 꽃이 피는 것으로 알려진 구례수목원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전남 공립수목원 제1호로 지정된 구례수목원은 54㏊의 산림면적 곳곳에 힐링숲속 정원이 아름답게 조성돼 있다. 봄향기원, 겨울정원, 그늘정원, 외국화목원, 기후변화테마원, 자생식물원, 계류생태원 등 13개의 주제정원이 힐링의 기회를 제공한다. 3월과 4월에는 삼지닥나무, 철쭉, 진달래, 수선화, 히어리, 무스카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3월 이후엔 지리산 자락의 야생화를 비롯해 다른 목련에 비해 꽃이 크고 개화가 늦은 빅 핑크 목련을 관찰할 수 있으며, 하얀 팝콘을 떠오르게 하는 조팝나무 꽃, 푸른빛의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수국 등 다양한 꽃들이 관광객들을 반기니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면 다시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구례 오산 사성암 전경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구례군 제공

◇암벽 위 절경 오산 사성암…감탄 연발

해발 531m의 오산 정상에 위치해 있는 사성암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세워진 운치로 인해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2014년 명승 제111호로 지정됐다. 백제 성왕 22년(544년) 연기조사가 건립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오산암이라 불리다 이곳에서 4명의 고승인 의상대사, 원효대사, 도선국사, 진각선사가 수도했다 해 사성암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높이 20m의 암벽에 독특한 건축기법으로 지어진 약사전 건물이 눈에 띄며, 원효대사가 마애여래입상을 약사전 건물 내 암벽에 손톱으로 새겼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오른 뒤 도보로 다시 가파른 산새를 지나쳐야 하는 수고가 있으나, 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절경에 고생도 잊게 만드니 꼭 한번 올라가 보길 바란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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