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석 남도일보 사회부 기자

 

박정석 남도일보 사회부 기자
박정석 남도일보 사회부 기자

하로동선(夏爐冬扇). 여름에는 난로를 피우고 겨울에는 부채질을 한다는 말이다. 격이나 철에 맞지 않는 쓸모없는 사물을 일컬어, 조성된 지 46년째를 맞았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전남 나주시 산포면의 공군 비상활주로를 두고 적절한 표현일지 모른다.

해당 활주로는 지난 1979년 전시에 인근 광주 공군비행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를 대비하고자 만들어진 예비 항공 작전기지이다. 현재는 민간 개방이 허용돼 운전이 미숙하거나 속도를 즐기려는 이들의 운전 연습장으로 전락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은 지 오래다.

주민들은 내 집 앞을 벌벌 떨며 통행해야 하는 상황이며, 급기야 차량과의 충돌로 사망사고까지 발생했지만 소유권을 지닌 국방부의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관련 법에 따라 최소한의 교통안전시설을 마련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으며, 일대의 개발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재산권 침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그간 비상활주로를 사용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다행이나, 훈련에서조차 실제 이·착륙 한 번 없었으니 인근 주민들의 원성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반도가 분단을 맞은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임을 여전히 견지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방부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40년 넘도록 비상활주로가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지역 발전을 저해한 사실은 자명하다고 볼 수 있다. 지역별로 상황은 다르겠으나 경북 울진 등 수도권 이남 지역을 대상으로 군사시설 보호구역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흐름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비상활주로 부지를 국가산업단지나 관광시설로 조성해 나가는 타 지역을 바라보는 나주시민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의 희망고문을 거듭하고 있다.

반드시 유지해야 할 군사시설이라면 최소한 안전이라도 담보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방부 본연의 소임과도 맥을 같이할 것이다. 국방부뿐 아니라 나주시를 비롯한 지역사회 또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설 때, 랜딩기어 한 번 닿지 않은 비상활주로에 희망의 꽃이 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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