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후에 ‘단수공천설’ 급속 확산
총선 정국 정책위의장직 고려 해석
李, 4년전 이어 두번 연속 단수 혜택

이석형·박노원·김영미 긴급 성명
“당직자 카르텔로 셀프공찬 자행”
“민심에 역행…제2의 광산을 우려”

 

민주당 공천심사결과 발표하는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공천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4·10 국회의원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이개호(담양·함평·장성·영광) 의원을 단수 공천하면서 경쟁자들이 반발하는 등 광주전남 정치권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삭발·단식 농성까지 발생한 광주 광산을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7차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책위 의장인 이개호 의원 단수 공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개호 의원은 4년전 제21대 총선에 이어 두 번 연속 단수 공천 주인공이 됐다.

◇총선 정국 정책위의장 역할 평가 해석
민주당이 이 의원을 단수공천 한 건 정책위원회 의장으로서의 당 기여도를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총선 정국에서 당의 정책과 공약을 책임지는 정책위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지역구에서 선거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음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는 설 명절 전후 지역정가에 확산된 이개호 의원의 ‘단수 공천’ 소문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12월부터 광주·전남지역 언론에서 실시한 총선 출마예정자 지지도 및 적합도 조사에서 이 의원이 상대 후보에게 뒤지거나, 오차범위 안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민주당이 이 의원의 당직 수행을 고려해 ‘단수 공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게 소문의 내용이었다.

이 의원은 또 ‘친명 지도부’ 대부분 공천을 받는 상황에서 ‘비명계 지도부’로서의 존재감도 단수 공천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의 단수 공천설에 대해 지역정가에서는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였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이자 사무부총장인 김병기 의원이 ‘호남은 경선을 원칙으로 한다’고 공언한데다, 이 의원의 지역구에서는 다수 후보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혼전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수 공천이 현실화 될 경우 후폭풍이 예견됐다.

◇두번 보류 끝에 ‘단수 공천’ 발표
이 의원의 단수 공천은 두 차례나 연기 끝에 확정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초 21일 공관위 5차 공천 발표때 이 의원의 단수 공천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날 열린 공관위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아 보류되고, 지난 23일 6차 발표때도 이 의원 단수 공천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수 공천 반대측에서는 “당 지도부가 단수공천하려고 자기들끼리 ‘짬짜미’하고, 이렇게 하면 당이 다 망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민주당이 발표한 단수공천 명단에는 이개호 정책위 의장 외에 정청래·서영교(이상 최고위원)·권칠승(수석대변인) 의원이 포함됐다. 김영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천준호 비서실장 등은 앞서 단수 공천을 받았다.

국민의힘에서 장동혁 사무총장과 김형동 대표 비서실장, 이철규 공관위원 등 주요 댱직자와 공관위원에 대해 경선을 실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의원 단수 공천과 관련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단수 선정할때는 특별 당규 16조에 따라서 혼자서 출마하는 경우와 아니면 상대 후보와 격차가 심각하게 나서 예를 들어 심사 총점의 30% 이렇게 났을 경우에는 단수로 선정할 수 있다”면서 “이개호 의원은 이런 조건에 충족해서 단수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공천 심사에서 이 의원이 다른 예비후보들에게 비해 월등하게 높은 평가(점수)를 받아 단수 공천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총점 30% 차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기본권 박탈” 비판 제기
이개호 의원 단수공천에 경쟁 후보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박노원 예비후보는 긴급 성명을 내고 “전남은 민주당 일당 독점 지역으로 ‘공천이 곧 당선’"이라며 “공천관리위원회가 이 때문에 ‘경선을 원칙으로 한다’고 천명해 놓고도 단수공천의 독재 전횡을 휘둘렀다”고 밝혔다.

이석형 예비후보도 성명을 통해 “이개호 의원이 현직과 당직의 특권을 악용해 공정경쟁을 저해했다”며 “자랑스러운 호남의 정치무대에서 당직자 카르텔로 셀프 단수공천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김영미 예비후보는 “(민주당이)21대 총선에 이어 22대 총선까지 특정인을 단수공천하려는 건 호남인의 ‘참정권’ 문제다”면서 “민주주의 기본권이 박탈당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정치개혁연대도 “단수공천은 현역 물갈이를 원하는 지역민심에 찬물을 끼얹고 민심에 역행한 반민주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광산을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광산을은 민형배 의원과 정재혁 전 청와대 행정관을 경선에 올리리자, 여론조사 최하위 후보와 현역을 경선 시키는 건 사실상 단수공천이라는 비판이 나오며 상대 후보들이 삭발·단식농성까지 벌였다. 민주당이 3인 경선으로 재결정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당시 지역정가에선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경선 구도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설마했는데 이개호 의원의 단수 공천이 현실화돼 깜짝 놀랐다. 현역 물갈이 여론이 높은 데 따른 당 지도부의 ‘특혜 공천’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 공천에 여론이 안 좋은데, 민심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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