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이합집산 불보듯…특정 후보 쏠림 현상도 배제 못해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가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이 4·10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분구 예정인 순천시 선거 판세가 달아오르고 있다.

소 의원은 2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호남권에서 민주당 예비후보의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은 처음이다.

소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순천시민께 제가 약속했던 선거구 분구도 임박해 홀가분한 마음”이라며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의 소임은 완수했다고 자부한다. 투표에 참여해서 주권자의 무서움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소 의원은 최근까지 ‘민주당 경선에 노관규 순천시장과 전·현직 공무원 등이 개입하고 있다’는 관권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선거에 임했던 터라 갑작스러운 불출마를 예상 못 한 지역 정가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불출마 배경을 두고는 ‘민주당 현역 평가 하위 20%에 포함됐다’, ‘민주당 경선에서 공천 배제(컷오프)됐다’ 등 여러 말이 나온다.

소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민주당 공관위원장으로부터 하위 통보를 받지 않았다”며 하위 명단 포함 등을 부인했다.

소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따라 오는 29일 국회 의결에 따라 선거구 변화가 예상되는 순천의 총선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순천은 21대 총선에서 기존 순천 구도심이 순천광양구례곡성 갑 지역으로, 인구 유입이 많은 해룡면 신대지구 만을 더해 순천광양구례곡성 을지역으로 나눠 갑은 민주당 소병철 전 검사장이, 을은 민주당 서동용 변호사가 당선됐다.

당시 선거구가 기형적이라는 논란이 일었으며, 4년 동안 지속된 끝에 22대 총선에서는 인구 28만의 순천을 두 개로 나뉘는 선거구획정안이 국회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 의원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이 순천지역 선거구 민주당 경선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현역인 소 의원의 지지세가 어느 후보에게 가게 될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지를 두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오던 출마자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지만, 지지층이 흩어져 다시 모이는 이합집산의 현상이 불 보듯 뻔해진다.

우선 구도심 중심의 순천 갑의 경우 김문수 전 서울시의원, 서갑원 전 국회의원, 손훈모 변호사, 신성식 전 검사장이 경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3인 경선, 다인 경선이 예상된다.

경선 주자들은 소병철 의원 지지자들을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지, 쏠림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소 의원이 선거 끝까지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과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속내를 내비칠 경우가 주목된다.

일부 후보의 순천 을 선거구 변경 시도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는다. 이 경우 해룡, 연향, 조례 등 신도심의 순천 을은 광양 옥곡 출신의 정한중 교수가 전략 공천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해 만만치 않은 선거전을 치러야 한다.

소 의원과 손 변호사는 최근 관권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노관규 순천시장을 경찰 고발한 바 있다. 노 시장도 기자회견을 열어 강력히 반박하면서 이들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소 의원은 또 신 전 검사장에 대해서는 ‘관권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고발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후보 고발에는 손 변호사도 함께했고, 김문수 전 서울시의원도 관권선거 문제를 두고 신 전 검사장과 날을 세웠었다.

소 의원의 불출마 후 손 변호사를 지원할 경우도 가능하나, 시 행정과 정치의 합일점이 더 멀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소 의원 지지 정치인 일부는 불출마 선언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도,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새 둥지 찾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현역인데도 민주당 경선에서 다른 후보를 압도하지 못하고, 선거가 혼탁 양상으로 흐르는 것 등에 부담을 느껴 불출마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역의 퇴장을 아무도 예상치 못한 만큼 민주당 경선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인사는 “소 의원 불출마에 따라 신 전 검사장을 지지했던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벌써 일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 정치권은 순천 갑·을 선거구 획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현행대로 선거 판세가 유지될 경우도 고려돼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해법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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