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남도일보 주필)

[남도일보 오치남의 우다방 편지]더불어민주당, 친명횡재·비명횡사·사천 잡음 더 커지면 폭망 부른다

오치남(남도일보 주필)
 

오치남 남도일보 주필
오치남 남도일보 주필

제22대 4·10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친명횡재(親明橫財·친이재명계 공천), 비명횡사(非明橫死·비이재명계 낙천), 사천(私薦·사사로운 공천), 사당화 논란 등으로 제1야당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텃밭 광주·전남에서도 불공정 경선과 단수공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면서 이번 총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당헌·당규에 따른 ‘시스템 공천’이란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선이나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주장이 100% 옳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도부나 공관위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 너무 설득력이 약해 변명으로 들리거나 아집과 독선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민주당 원로들과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들까지 당내 공천 갈등을 싸잡아 비난했을까. 권노갑 상임고문,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강창일 전 주일대사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대표는 일련의 사태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민주당 공천 행태가 민주적 절차와는 동떨어지고 당 대표의 사적 목적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불분명한 여론조사와 관련, ‘친명’(친이재명) ·‘찐명’(진짜 이재명) 후보들을 공천하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현역 의원 평가 결과에 대해선 “당 대표의 ‘비선’에서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조사를 왜곡했을 가능성이 크다”고까지 했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 대표가 상황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최근 불공정 여론조사 논란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에 이어 강성 친명인사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의 서울 은평을 경선 방침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친명 본선행, 비명 경선행’이 공관위의 공천 공식 아니냐는 말까지 나돈다. 실제, 공관위가 지난 25일까지 7차에 걸쳐 발표한 현역 의원 단수공천자 51명 가운데 대다수는 친명계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이자 ‘잠룡(潛龍)’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서울 중·성동구갑 공천에서 배제됐다. 향후 친문 중심의 집단 탈당 등 내홍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부와 공관위는 지역구 의석(253석) 절반이 넘는 130여 곳에서 공천을 확정했으나 여전히 공정한 경선과 공천이란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동료 의원들의 평가, 그거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며 웃는 등 자기 당 후보 ‘비아냥 발언’으로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민주당 ‘심장부’ 광주·전남도 후폭풍이 거세다. 8명의 민주당 예비후보가 등록한 광주 동남구을에선 이병훈 현 국회의원과 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차관의 2인 경선이 치러지고 있다. 줄곧 여론조사 1위를 달렸으나 컷오프된 김성환 전 광주 동구청장은 경선 결과에 불복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이다. 광주 광산구을의 경우 당초 대표적 친명계 민형배 현 국회의원과 경쟁력이 가장 낮다고 평가받은 정재혁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양자 경선으로 결정됐다. 누가 봐도 민 의원을 공천하기 위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김성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의 재심을 받아들여 3인 경선으로 바뀌는 촌극이 빚어졌다.

21대 총선에 이어 두 번 연속 단수공천된 원내 지도부인 이개호 정책위 의장(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 대한 경쟁 예비후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당직자 카르텔로 셀프 단수공천이라는 만행이 일어났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광주전남정치개혁연대도 이 의원 단수공천은 당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주민에 의한 경선을 강력 촉구했다. 이 의원이 다른 예비후보들에게 비해 월등하게 높은 평가(점수)를 받아 단수공천했다는 공관위원장의 설명을 수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남의 경우 선거구마저 획정되지 않아 민심이 들끓고 있다.

민주당은 공천 심사 과정에서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추는 ‘삭족적리(削足適履)’나 머리를 깎아 갓에 맞추는 ‘쇄두편관(殺頭便冠)’의 우를 범하진 않았을까. 만약 단 한 점의 어리석음과 부끄러움이 있었다면 본선 이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내년 창당 70주년을 앞둔 민주당은 ‘이재명의 당’이 아니다. 4년전 180석의 거대 여당으로 출범한 민주당이 비록 정권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이번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만들어 윤석열 정부의 독주와 실정(失政)을 막길 지역민들은 바라고 있다. 그러나 경선과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에 대해 이 대표의 진정한 사과와 국민의 용서 없이 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총선 ‘폭망’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민주당이 당 강령 전문대로 진정한 성찰과 쇄신, 겸손한 태도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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