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어찌, 윤처사 그 마음 모르겠는가? 자기 자식 교육 스스로 못 한다고 하는데, 친구의 아들을 맡아 교육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 잘 알고 있네! 잘하면 본전(本錢)이고, 못하면 평생원망(平生怨望) 아니겠는가!”

조대감이 말했다.

“으음! 그리 알아주니 고마우이! 조대감, 하는 일 없이, 되나 깨나 큰 칼 차고앉아 표독(慓毒)한 탐관오리(貪官汚吏)처럼 군림(君臨)하며 백성들 피 같은 록(祿)이나 축내는 짓이나, 남의 귀한 자식 아무렇게나 가르치고 쌀 됫박이나 두둑이 얻어먹는 짓은 글줄이나 읽은 선비로서 절대로 해서는 아니 될 일 아니겠는가? 아니 그런가? 조대감!”

윤처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하며 조대감을 바라보았다. 그 말을 들은 조대감은 왠지 가슴이 뜨끔하였다. 조대감이 윤처사의 눈빛을 슬그머니 피하며 순간 자신도 몰래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그그, 그렇지! 지, 지당(至當)하신 말씀이네!”

“관리(官吏) 노릇 하기나, 남의 자식 가르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걸세! 그래서 내 오늘 아침 조대감이 아들과 함께 올 줄 미리 알고 그 글을 써놓은 것일세! 어서 읽어보시게나!”

윤처사가 말했다. ‘허허! 올 줄 미리 알았다니!’ 그 말을 들은 조대감은 속으로 ‘아!’ 하고 탄성(歎聲)을 질렀다. 윤처사 저자가 정말 신인경지(神人境地)에 이르기라도 했단 말인가? 순간 넋 나간 눈빛으로 윤처사를 조대감이 바라보았다.

“허허! 조대감도 보통은 아니지 않은가! 어서 읽어보시게!”

윤처사가 다그쳤다. 조대감은 다시 윤처사가 쓴 종이를 들고 읽어가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조대감의 귀한 아들을 맡아 교육하기로 하되, 그 교육기한(敎育期限)을 삼 년으로 하고, 만약 교육방법(敎育方法)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아 문제를 제기(提起)할 시, 그 즉시 약속파기(約束破棄)함은 물론 귀가조치(歸家措置)하기로 한다. 또한, 조대감 아들이 교육방법에 순종(順從)하지 않을 시 마찬가지로 그 즉시 약속파기 함은 물론 귀가조치(歸家措置)하기로 한다.’

조대감이 글을 다 읽고 나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윤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윤처사! 의당(宜當) 이렇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좋네! 그렇다면 그 아래 약속서명(約束署名)을 하시게나!”

윤처사가 먹물 바른 붓을 건네주며 말했다. 조대감이 희색만면(喜色滿面)한 얼굴로 얼른 붓을 받아들고는 쓱쓱 휘갈겨 쓰며 그 즉시 서명하는 것이었다.
<계속>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