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에 영세업자 체감경기 내리막
신보 사고율·대위변제율도 곱절
광주銀 손실규모 3년 새 3배 ‘훌쩍’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의 폐업한 한 매장에 임대를 알리는 공인중개사 포스터가 붙어있다. /이서영 기자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의 폐업한 한 매장에 임대를 알리는 공인중개사 포스터가 붙어있다. /이서영 기자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이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빚만 늘어나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3천만 원의 권리금도 포기하고 상가 계약 종료에 맞춰 문을 닫기로 결정했습니다.”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에서 66㎡대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자영업자 정모씨는 “재료비, 공공요금 등 운영 물가 전반이 급등했으나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 손님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출금을 갚고 직원들 퇴직금을 계산하고 나니 정씨 수중에 남는 돈은 200만 원 남짓. 그는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가 나 뿐만이 아니다, 골목 사장들마다 아우성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지역 영세 자영업자들이 경제난에 빠졌다. ‘3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대출 상환 여력이 없는 자영업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문을 닫는 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25일 광주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대출 상환 불능 상태에 놓인 광주지역 영세 자영업자의 보증 대출 사고율은 2021년과 2022년 1.99%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4.70%로 1년 새 두배 넘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사고율은 잡히지 않은 채 지난 1월 5.93%, 2월 6.33%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사고 금액은 2021년 245억 원, 2022년 244억 원으로 변화가 미미했으나 지난해에는 554억 원으로 급증했다. 사고액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를 통해 은행 돈을 빌린 소상공인이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경우를 의미한다.

대위변제율 또한 2021년 1.33%, 2022년 1.30%으로 1% 초반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3.62%를 기록하며 2년간 두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5.51%), 2월(4.87%)도 이전보다 크게 높은 수치를 이어갔다.

대위변제금액도 2021년 164억 원, 2022년 143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411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대위변제는 자영업자가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해 준 신용보증재단이 자영업자가 상환하지 못한 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제도다. 대위변제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자영업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모습은 지역은행인 광주은행의 추정손실액 증가추이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광주은행 공시자료에 따르면 경기 침체 및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추정손실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480억 원으로 집계됐다. 2년 전인 2021년 147억 원, 2022년 232억 원과 비교했을 때 3배를 훌쩍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추정손실은 은행이 거래처에 대한 총여신액 중 사실상 회수를 포기한 금액을 말한다.

이준범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경제조사팀장은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 지속으로 가처분 소득이 눈에 띄게 감소한 탓에 부진해진 민간 소비심리가 자영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광주·전남의 경우 타지역보다 대기업 등 좋은 일자리가 적어 자영업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때문에 자영업 문제는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물가 안정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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