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완도해양경찰서장)

 

이영호 완도해양경찰서장

절기 상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 얼었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속담처럼 어느 덧 우리 곁엔 완연한 봄이 찾아 왔지만 마냥 기뻐 할 순 없다. 입춘이 지나며 차디찬 된바람(북풍)이 멈추고 샛바람(동풍)이 불어올 땐 계절의 변화에 따른 변덕스러운 날씨 등을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해상에서는 3월부터 7월까지 따뜻해진 공기가 상대적으로 차가운 해수면과 만나 해상에 짙은 국지성 안개가 끼게 되고, 이로 인한 충돌·좌초 등의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처럼 봄은 새로움과 시작을 의미하나, 각종 재난 및 사고 등으로부터 우리가 대비해야 하는 분주한 시기임이 틀림없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완도해경 관할(완도·해남·강진·장흥·진도)에서 551건의 해양사고가 발생했고, 그 중 봄철(농무기)에 발생한 해양사고는 206건으로 전체사고의 약 40%이다. 원인별로 운항 부주의 및 정비불량 등 인적요인에 의한 사고가 약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는 점을 볼 때, 아직 우리 사회의 곳곳에 안전불감증(Safety Immunity)이 만연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지난달 완도를 기항하는 화물선이 운항 중 잦은 기관 고장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단순 선박 노후 문제로만 치부하고 아무도 문제 의식을 갖지 않았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관할기관에 특별검사 및 안전상태 점검 등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해당 선박은 그간 연료유 탱크에 유입된 수분으로 인해 간헐적으로 기관이 정지되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안전에 관할과 경계를 찾기보다는 안전한 내일을 위해 우리는 늘 고민하고 행동한다. 그간 문제의식을 갖지 않던 우리의 습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제는 바꿔나가야만 한다.

우리의 평안했던 삶은 30년간의 축적된 데이터로 기후를 판단, 기상을 예측해왔다. 산란철을 맞아 조업이 활발해진 시기에 기온은 일찍 따뜻해졌으나, 3월의 풍랑특보 발효일은 예년과 다르게 겨울철 수준(월평균 10일)으로 기상이 변화했으며 평생 어업에 종사해온 어업인은 “지난 40년간 태풍 같은 돌풍은 처음 느껴본다”할 정도로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변화가 찾아왔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더 조심하며 민감하게 대비해 나가야만 한다.

완도해경에서는 3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봄철(농무기) 해양사고 특별대비 기간으로 설정하고 주요 통항로 경비함정 전진 배치, 어업 및 낚시어선 종사자 간담회 개최, 기상악화 전 기상정보제공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 추진, 군 감시자산 등을 활용한 해양 안전망 구축을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나 정작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종사자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 우리 1만3천명의 해양경찰은 안전한 바다를 만들어 가고자 오늘도 고심한다. 안전을 향한 우리의 외침을 통해 에펠탑 효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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