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남도일보 교육문화체육부장)

 

정세영 남도일보 교육문화체육부장
정세영 남도일보 교육문화체육부장

로또 번호, 코스피 지수, 비트코인 가격, 통장에 찍힌 잔고, 경기 결과, 예산 집행률, 성적 순위, 득표율까지…. 오르내리는 숫자에 환호와 절망이 교차하고, 틀리고 맞히는 수 싸움에 울고 웃는다. 그야말로 숫자가 지배하는 시대다.

숫자의 기원은 고대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인들은 먹이나 물건의 갯수를 손가락으로 세다 이후에는 돌이나 나무조각에 표식을 통해 셈을 했다.

가장 초기의 숫자 체계 중 하나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사용했는데, 그들은 상형문자를 사용해 다양한 양을 나타냈다고 한다.

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정표는 인도 숫자체계의 발전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는 0∼9까지를 뜻한다. 유럽인들이 이 숫자를 아라비아에서 받아들였기 때문에 아라비아 숫자라 불렀지만 사실은 인도에서 발명됐다. 이 때문에 인도-아라비아 숫자라고 불린다.

수의 발명은 역사를 관통한다. 인류가 무언가를 세기 시작할 즈음 문화, 종교와 깊은 관련이 있었고 시대를 이끄는 세계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날짜와 시간의 흐름도 숫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의 기원은 단순 계산으로 시작됐다지만 최근 들어선 경제적 가치와 승부의 결과를 알려주는 역할에 더욱 밀접해 보인다.

주가지수와 가상화폐의 등락에 경제적 재화를 걸어 일확천금을 노리고 45개 숫자 중 6개의 숫자를 맞춰 인생 역전을 꿈꾼다. 시험 성적으로 1등과 2등이 나뉘고 스포츠 경기도 숫자가 결과를 말해준다. 영끌하는 MZ세대는 줄어가는 통장 잔고에 한숨을 쉬고 남들보다 적은 월급을 이유로 ‘늘공(늘 공무원)’의 길을 접기도 한다.

총선을 앞두고 당 공천장을 받기 위한 출마자들 역시 경선 결과 적합도 지지율에 희비가 엇갈렸다. 민주당 광주 경선은 현역 한 명을 제외하곤 기득권을 내려놓고 ‘비명횡사’했다. 오랜 기다림과 준비, 또는 ‘횡재’수로 국회 입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이들도 있다.

여야는 당 지지율에 촉각을 세우고 총선에서 ‘1석’이라도 더 얻기 위한 전략 짜기에 골몰한다.

비약적 해석일 수 있지만, 어쩌면 숫자의 탄생은 과정보단 결과가 중요한 시대를 낳게 되는 원동력은 아니었을까. 소유가 낳은 개인주의, 승부가 낳은 경쟁 심리란 옷을 입고 말이다.

수치가 지닌 명확성, 경제적 재화와 욕망이 얽히고 설킨 숫자의 힘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노력의 크기, 과정의 치열함은 수량화할 수 없기에 세상이 더욱 각박해지는 건 아닐까. 계산 없는 진심과 격려, 따뜻한 인정이 요구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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