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러나 아버님, 지금은 그 어머님과 했던 굳은 약조(約條) 때문에 그것을 어기기 싫어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옥동이 단호하게 말했다.

"허허흠! 그 그래! 그렇다면 옥동아! 무, 무, 무엇 때문이냐?"

조대감이 놀란 눈빛으로 옥동을 바라보며 말했다. 옥동이 아버지 조대감을 바라보며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소자, 이곳에 와서 스승님께 배운 하늘 천(天)과 땅 지(地)와 사람인(人)이 무엇인지, 이 세글자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 얼핏 알 듯 말 듯 하옵니다. 그리고 어제는 십 리 밖 거지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그 죽은 사람은 아이를 다섯이나 낳아 기르고 있는 젊은 어머니였습니다. 그 어머니는 밥이 없어 굶주림과 병에 시달리다 죽었다고 하였습니다. 철부지 어린아이들이 걸레처럼 찢어진 누더기를 걸치고 죽은 엄마의 시신을 부여잡고 놓지 않으려 몸부림치며 흐느끼는 처절한 울음소리가 귀 가득 일렁이는데, 소자, 거기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 귀퉁이 땅을 파서 그 죽은 어머니의 시체를 흙 속에 묻으면서 저 먼 하늘을 수없이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하늘 아래, 땅 위에 사람으로 태어나 살다가 죽는 것이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버님, 소자, 스승님과의 삼년약조(三年約條)를 지키게 하여 주십시오!"

옥동이 무릎을 꿇고 아버지 조대감을 바라보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허허! 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 그 험하고 천한 궂은일을 계속 더 하겠다는 말이냐? 네 어머니 알면 기겁(騎劫)을 하겠구나! 옥동아! 그러지 말고 이 아비 잘못했으니 용서(容恕)하고,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자구나! 귀하디귀한 내 아들이 그런 험한 일 하는 것, 이제 더는 아니 된다! 이 아비 절대로 용납(容納)하지 못한다! 너의 스승에게는 이 아비가 잘 말하겠다! 어서 짐을 챙기거라! 아버지의 엄명(嚴命)이니라!"

조대감이 옥동을 바라보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님. 소자, 오늘은 이십 리 밖에서 죽은 제 나이 또래의 소년(小年)을 장사(葬事)지내러 가야 합니다! 그 소년이 이 어린 나이에 왜 못다 살고 죽었을까? 그 까닭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 집도 가난(家難)하여 소자가 가지 않으면 장사 지내줄 사람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아버님, 소자, 간곡히 부탁 올립니다! 스승님과의 삼년기한(三年期限)을 반드시 지키게 해주십시오!"

옥동이 머리를 깊이 조아리며 말했다.

"허허! 으으음!……"

조대감은 대답 대신 터져 오르는 신음 같은 한숨을 ‘땅이 꺼져라!’하고 깊이 내쉬었다. <계속>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