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위헌판결, 학계·시민단체·누리꾼 "사필귀정"

1970년대 민주화 운동을 가로막았던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헌법재판소(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자 학계와 시민단체, 누리꾼들은 '사필귀정(事必歸正·모든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간다)'이라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

21일 헌재는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는 국민의 기본권을 크게 후퇴시켰다"며 오모씨 등 긴급조치 피해자 6명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위헌 결정했다.

이에 학계와 시민단체는 '뒤늦은 판결이지만 올바른 판단'이라며 당연한 귀결이라는 반응이다.

안병욱 가톨릭대학교 국사학과 교수는 "1974년 이후 40여년이나 지난 너무 늦은 판결이지만 올바른 판단을 해준 헌재를 높게 평가한다"며 "역사의 위정자들은 이 판결을 계기로 얼마나 치욕스러운 과거를 가졌었는지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정부가 늦었지만 피해자들에 대해 최대한의 배상을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한다"면서도 "긴급조치는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영원히 지워질 수 없는 상처'라는 역사적 교훈으로써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상권 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는 "헌재의 이번 판결은 세 가지 의미에서 중요하다"며 "헌법을 제정할 수 있는 권리가 국민에게 있다는 국민주권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는 의미에서 상당히 중요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한 상임대표는 "인간의 자유와 기본권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 가치인 죄형법정주의를 다시 확인해 준 것"이라며 "표현과 집회의 자유 등 다양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긴급조치가 헌법을 철저히 유린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매우 당연한 결론"이라며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야 말로 유신의 불법성을 대표하는 상징"이라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아직도 유신 친위 쿠데타를 경제적 필요성으로 합리화하는 세력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철저히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누리꾼들은 '이제야 긴급조치가 위헌판결 받았다는데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상식적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Ex_ar*****'는 "사실 긴급조치가 아직까지 위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디 'dkflf******'는 "헌재의 결정은 대단한 법지식이 필요한 게 아닌 상식의 문제"라며 "아직도 이같은 결정이 인터넷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21세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누리꾼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일부는 '앞으로 뭐가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hand******'는 "긴급조치 하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박근혜는 이번 위헌 판결에 대해 입장 발표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이디 'might*********'는 "박정희 시대의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는 속보를 봤다"며 "이번 판결이 향후 현실에 어떤 변화와 영향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위헌 판결을 받은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을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하면 법원의 영장이 없더라도 구속할 수 있고, 징역 15년 이하의 처벌을 받도록 규정했다. 이를 위해 비상군법회의를 설치한다는 내용의 긴급조치 2호도 만들어졌다.

긴급조치 9호는 학생들의 집회·시위나 정치관여 행위 등을 금지하고 치안질서 유지를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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