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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7·혁명속 인연>

“아니야 여보, 이젠 당신을 위해, 그리고 태어날 우리 아이를 위해 얘기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어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평소 애교는 온데간데없고 너무도 진중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한참 말없이 강물을 주시하다 마음을 추스르고 길문과의 만남부터 자신에게 어떤 일을 시키고 어떻게 자신을 짓밟았는지 소상하게 고백했다.
윤희의 말인즉, 길문의 만남은 아버지가 독립운동가와 연루되어 총독부 취조실에 잡혀가 고문을 받고 있는 과정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아버지를 살리고자 아는 이에게 길문을 소개받고 그에게 청탁해 아버지는 풀려나오자마자 고문에 의한 극심한 고통으로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담당 순사였던 길문은 윤희의 미모에 반했으며 그녀를 이용할 심산으로 그녀의 몸을 짓밟았고 그날 이후 그녀를 자기 사람으로 세뇌한 후 몇 달을 강제로 동거하다 삼청각 기녀로 몸담게 했다.

그 사건 이후 길문의 사람이 되고 삼청각 기녀생활을 하며 요정에 찾아오는 고급 관료들의 접대와 정보들을 소상하게 자신에게 얘기토록 했으며, 말을 안 듣거나 길문이 바라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총독부 취조실로 끌고 가 정신교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바늘 고문과 물고문, 그리고 성고문 등 갖은 변태 고문을 자행해 자기사람으로 세뇌하고 결국 노리개로 전락시켰다고 했다. 그리고 정길의 사업을 이용해 자기의 사욕을 채웠으며 며칠 전 피난길 종로상회 앞에서 손가방 안 문서를 말하며 사실을 얘기했다.

그것은 일제가 남긴 명동 인근 적산 가옥들의 문서로 해방 후 정길이 개인재산으로 불하받은 문서들이었다. 그 문서와 회사소유의 등기 재산문서들이었다.
이 문서들을 길문이 손에 넣기 위해 전쟁의 소용돌이에서도 윤희를 이용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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