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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6·황금비>-2

춘삼은 소포 속 사물함 키를 확인하고 발걸음을 종각역으로 돌렸다. 비교적 낮 시간이라 종각역 내부는 한산해 보였으나 계단 출구 쪽에서 이내 팻말을 든 수백의 군중이 개찰구로 순식간 밀려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로 손에는 노란 풍선을 들고 광화문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춘삼은 그 대열에서 한참을 헤매다 간신히 빠져나와 역사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다 매표소 바로 옆에 놓인 사물함을 발견했다. 이윽고 D 열 21번 사물함을 열었다. 그 안엔 자그마한 서류봉투가 놓여 있었고 떨리는 마음을 추스려 그 물건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한참을 망설이다 서류 봉투를 개봉하지 못하고 어딘가로 향했다.

아침이면 태양 빛이 태어나 온누리를 밝히다 서산 너머로 사라질 때 어둠은 세상의 주인인 양 암흑 공간만 남긴 채 아무 일도 없는 듯 강남의 밤거리를 불야성으로 변하게 한다. 그 공간 속 무수한 군상이 얽히고설켜 서로의 욕망을 꿈꾸며 자기만의 방식을 자랑하듯 사람들 저마다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로 만들고 있었다.

순영이 운영하는 캘리포니아 룸살롱 구석진 방안엔 침울한 표정의 남자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어느새 한 손으로 탁자를 어루만지며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참을 기다리다 순영이 그곳에 들어오자 다급하게 일어서 그녀를 맞이했다.

“미찌코! 미행하는 사람은 없지?”

“네 없어요. 상열씨. 대체 무슨 일이기에 다급하게 절 찾았어요?”

“최치우란 개자식이 날 배신했어! 요 근래 들어 우리 애들이 운영하는 업장에 형사들이 들이닥쳐 애들을 개 끌어가듯 다 잡아가고 나의 오른팔인 영화가 인천 애들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했어!”

분을 삭이지 못한 독사는 순영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더니 테이블에 놓인 양주를 병 채로 나발을 불었다. 그리곤 이내 취기가 올랐는지 그의 눈동자는 야수로 돌변했고 들고 있던 양주병을 대리석 탁자에다 있는 힘을 다해 내리쳤다. 순간 양주병이 산산조각이나 여기저기엔 유리 파편이 흩어졌으며 순영은 독사의 분노가 극에 이르렀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최치우 그 개자식! 내가 더러운 일들을 다 처리해 주니까? 이젠 토사구팽하려구 작정을 한 거지! 개자식!”

“상열씨! 이럴 때일수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대응하셔야 해요.”

“미찌코 이젠 다 틀렸어. 그래서 말인데 부탁이 있어. 미찌코!

독사는 그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안주머니에서 낡아 헤어진 빛바랜 노트 한 권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수십 년 동안 최치우란 놈의 악행과 그 근거자료가 들어있어! 만약 내가 그놈을 제거하지 못하면 미찌코가 뒷일을 부탁해! 건달로 하는 마지막 부탁이야!”

“상열씨! 꼭 이렇게 하셔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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