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가 초래한 안타까운 죽음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대학생이 아파트 12층에서 투신, 귀가하던 공무원을 덮쳐 두 명 모두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저녁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대학생 A씨가 바닥으로 몸을 던졌다. 마침 이때 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B씨가 입구로 들어서다가 A씨의 몸을 맞고 중상을 입었다. 두 사람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B씨는 40살로 전남의 한 자치단체에서 홍보업무를 맡아 일하고 있는 공무원이다. B씨는 업무가 밀려 이날 늦게까지 야근을 하다가 퇴근했다. B씨는 버스정류장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아내와 6살 아들과 함께 집에 오다가 변을 당했다. B씨의 아내는 2개월 뒤 출산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B씨의 아내와 아들은 몇 걸음 뒤에 있어 화를 당하지 않았다.

취업을 준비하던 26살 된 대학생이 취업난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안타깝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던 공무원이 날벼락을 맞아 운명을 달리한 것은 더욱 딱하고 원통한 일이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남편이 비명횡사한 모습을 지켜본 아내와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어린 아들, 그리고 남은 가족들의 고통은 또 얼마나 클지 가슴이 아플 뿐이다.

이런 죽음이 되풀이 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대학생 A 씨는 ‘본심이 아닌 주변 시선 의식해 공무원 시험 본다’는 내용의 A4 2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의 내용을 미뤄보면 전공을 살리는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현실도피의 방법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공무원시험도 여의치 않자 결국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주변의 젊은이들이 직장을 갖지 못해 고민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 비극을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 대학교육체계와 취업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대기업 임직원들의 임금체계를 하향조정하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는 식의 ‘상생 형 일자리 마련’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임금차를 줄이고 미취업 청년들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도 절실하다.

B씨의 죽음은 참으로 억울한 죽음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할 죽음이다. 우리사회가 떠안아야할 책임을 B씨가 떠안은 것이다. 그런 만큼 B씨 유족들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지자체에서도 B씨의 죽음을 순직처리 하는 데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사회가 초래한 안타까운 죽음에 고통스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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