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페니코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광학연구소 소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위작 미인도 사건 감정보고서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공개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미인도'도 아닌 것이 25년째 안개속을 걷고 있다.

지난 19일 검찰의 '진품' 발표로 미술판은 다시 '치킨 게임'에 돌입했다.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수많은 '썰전'이 한창이다.

199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미인도'라 칭하는 이 그림은 2016년 다시 부활해 세상을 들었다놨다 하고 있다.

'진품'이라는 검찰과 국립현대미술관측과 '위작 미인도'라는 유족과 공동변인단측은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5년전과 변한게 있다면, '미인도'가 글로벌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엔 우리나라에서만 '감정 싸움'이었다면, 이번엔 국제적인 '감정 싸움'으로 번질 양상이다.

'과학 감정'의 최고라고 자부하는 프랑스 감정회사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광학연구소가 "미인도는 위작"이라며 검찰 발표를 정면 반박했다. 특히 한국 검찰이 뤼미에르의 과학 감정을 무시하고 묵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장 페니코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광학연구소 소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위작 미인도 사건 감정보고서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공개 기자회견’에서 미인도가 위작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미인도'를 소장한 국립현대미술관은 '변함없는 진품'이라며 뤼미에르의 과학적 오류 가능성들을 지적하며 맞서고 있다.

프랑스 감정회사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광학연구소를 선정한 것은 한국 검찰이다.

유족측은 "검찰 발표는 위작 미인도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것이 아니고, 의견일뿐"이라며 항고 할 방침을 밝혔다.

25년만에 '안목감정은 못믿겠다"며 실시한 '과학 감정'도 미궁에 빠졌다. 검찰을 나온 '미인도 유령'은 다시 미술판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이름처럼 결코 '미인도'가 아닌데, '미인도'로 불리며 혹세무민하는 요상한 그림이다.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0.0002%"

27일 프랑스 감정회사 장 뻬니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광학연구소 소장이 급거 내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신들의 정밀한 첨단 과학 감정 결과를 완전히 부정한 검찰 발표에 충격을 받았다며 '위작 미인도'에 대한 감정보고서를 공개했다.

"루브르 박물관과 공조하는등 미술품 감정에 독보적 경지를 이루었다"고 자부심을 가진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눈 "한국 검찰이 우리의 과학감정 보고서는 전적으로 무시했다"며 "과학적 분석에 전적으로 의거한 그간의 연구결과를 한국 검찰이 논리적 근거도 없이 폄하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배용원 형사6부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회의실에서 고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검찰은 25년간 위작 논란이 일었던 천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소는 특히 "최신 장비나 소프트웨어도 갖추지 않은 한국검찰이 자체 검사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극히 비과학적, 비논리적, 주관적" 이라고 지적하며 "미인도는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진품일 확률은 0.0002%"라는 분석이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자외선에서 적외선에 이르는 13개의 스펙트럼 필터와 특수 카메라 렌즈를 활용해 그림 1개당 1650개의 단층을 촬영(그림 10개, 천경자 작품 9개 + 미인도)하여 이를 정밀 비교 분석해 광학적, 수학적 데이터를 도출해 각 작품간의 차이점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장 뻬니코 소장은 "철저하게 과학적 수학적으로 한치의 오차없이 미인도는 위작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장 뻬니코 소장은 "미인도를 위작으로 판정하기 까지 뤼미에르의 독보적인 단층분석 최신기술과 엄정하고 객관적인 과학적으로 작품을 비교했다"며 60여쪽의 도표와 그래프, 단층 촬영등을 보여줬다. 1650개 단층 심층 촬영 분석, 진품과 '미인도'의 과학적 비교 등 위작 감정과 판단의 증거, 이유등 과학적 검증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날 유족측 10명의 공동변호인단중 한명인 배금자 변호사는 "작가가 아니라고 내 그림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25년째 국가기관이 무시하고 멀쩡한 사림을 치매걸린 사람으로 취급해 이국 땅에서 쓸쓸히 작고하게 한 것은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 탄압"이라며 "앞으로 국가를 상대로 수십억원대 배상 소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측은 "위작 미인도는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뤼미에르 과학감정은 명백한 확률적 오류"

국립현대미술관은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진품확률 계산 방식과 감정 과정에 명백한 오류와 모순이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미인도' 작품의 밝기 분포(명암대조값)과 눈의 흰자위의 두께(밝기)가 비교 대상인 9개의 작품들과 유사해야 진품이라는 뤼미에르의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는 것.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미인도 원본이 공개되고 있다. 검찰은 25년간 위작 논란이 일었던 천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첫째, 명암대조값이 다른 작품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미인도 진품확률이 0.0002%, 눈의 흰자위의 두께 수치의 차이만으로 진품확률이 0.006%라고 밝혔다. 이런 공식이라면 다른 9개 작품들은 100% 확률이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은 진품확률공식 자체에 오류가 있음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둘째, 진품확률 계산에서 상관관계에 있는 ‘명암대조 표준편차값’와 ‘최대 엔트로피값’을 곱했으나,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수학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개의 데이터를 곱하여 확률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를 얻으려면 각각의 수치가 서로 독립성(非상관관계)이 있어야 하는데, 뤼미에르는 이 두 데이터 상관계수가 0.5 이상으로 강한 상관관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당초 멀티스펙트럴 카메라를 통해 미인도의 밑그림(스케치) 전체를 심층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고 자신했으나, 발표된 연구내용을 보면 극히 일부인 콧방울 부분 이외에는 밑그림에 대한 심층적인 단층 분석의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뤼미에르가 피해자인척 공정하지 못한 행태를 보이고도 있다고도 꼬집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류와 모순을 '과학'이라 주장하고, 한국 미술계 전문가들의 견해와 검찰의 과학적·종합적 수사 결과를 무시하는 뤼미에를 테크놀로지 광학연구소의 태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 대체 왜, 작가가 아니라고 하는데도…왜?

'미인도'와 관련 기사 댓글은 한가지 의견으로 관통한다.

'대체 작가가 안그렸다고 하는데, 진품이라고 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다. '김재규가 갖고 있던(검찰 수사결과 소장 경로) 유일한 뇌물죄 증거니 검찰 입장에선 무조건 진품이어야 한다'는 말도 돈다. 심지어 '국보'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하는 건 시간낭비, 국력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작가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끝나지 않는 사건'. 일반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진품'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진품이라고 여기는 한 화랑주는 "진품이니까 진품"이라며 "이번 검찰 발표로 그림을 살렸다"고 했다.

'위작'이라는 의견은 무엇일까.

이번 검찰 수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 '위작'이라는 감정의견서를 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는 최광진 미술평론가는 "위작이 틀림없다"고 했다. "위작 '미인도'는 천화백의 이전 그림과 달리 눈빛이 다르다"며 미학적인 측면을 살폈다. 최씨는 "천화백 그림의 눈빛은 본인의 내적 감정을 담아 불안과 초월적인 강렬함이 있는데, 위작 미인도는 우울하고 슬픈듯한 눈빛으로 천화백의 예술세계와는 상반된다"면서 "영화배우들의 눈빛 연기처럼 위작자들은 그걸 가장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임경식 이목화랑 사장도 "이 미인도는 100%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진품'이라는 검찰의 발표가 의아하다고 했다. 임 사장은 천 화백과 1976년 이목화랑을 연후 작가와 화랑주로 인연을 맺었다. 임 사장은 한국화랑협회 제 12대 회장(2000~2003)을 역임했다. 임사장은 천경자 화백 생전 가장 많이 작품을 거래한 화랑주로 알려져있다.

한국화랑협회에서 감정을 했던 임 사장은 "감정의 제 1원칙은 작가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가가 연로해서 정신이상이나 치매상태가 아니면 작가의 의견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결정을 내려야 된다"며 "이 미인도 사건을 이렇게 확대해서 소란을 피울일이 아니다. 작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반대 입장에서 필요 이상의 논쟁이 화가, 애호가 모두에게 상처와 의문, 불안감만 조성한 결과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장 뻬니코 뤼미에르 테크놀러지 광학연구소 소장도 "감정은 작가의 의견이 최우선"이라며 "천경자 미인도 같은 일은 세계에서 찾아볼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 'SBS 스페셜'이 1991년 처음 불거진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사건을 다룬다. 25년 만에 입을 연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거짓과 소문에 감춰진 미인도의 진실을 추적한다. 1991년 4월 대한민국 미술계가 당대 최고의 여류 화가 천경자와 국립현대미술관의 날 선 대립으로 발칵 뒤집혔다. 미인도라는 한 점의 그림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렸으나, 천경자는 2003년 병환으로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천경자의 제자 A는 자신이 미인도를 진품으로 감정했다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주장에 대해 25년 만에 입을 열었다.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완전히 다른 증언이다. 그녀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들은 말로 인해 지금껏 자신도 미인도가 진품인 걸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과연 A는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에게 어떤 말을 들은 것일까. 미인도의 원소유주는 전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로 알려졌다. 당시 권력의 핵심이었던 그에게 위작을 선물할 리 없다는 이유로 미인도 진품설의 증거로 이용됐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김재규에게 미인도를 선물했다고 알려진 B의 가족과 연락을 취했다. 천경자의 지인이자 당시 언론사에 근무한 인사도 만났다. 그는 이 무렵 의미심장한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미인도를) 진짜로 만들지 못하면 7명의 목을 치겠다고 했어요." 천경자를 끝내 타국에서 잠들게 했던 미인도 사건. 엇갈리는 증언 속 진실은 무엇일까. 14일 밤 11시10분에 방송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걸까. 임경식 사장은 "'체면과 명예'때문"이라고 했다. "번복할 수 없는 체면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임 사장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처음 들어올때 오광수 관장이 진품이라고 해서 부득부득 우기는 것 같은데, 도대체 몇몇의 화랑주인, 감정위원들이 진품이라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또 "그동안 감정에서도 김창열 김종학 사석원등의 작품이 이상할때, 작가가 아니라고 하면 그만인 것이 됐는데, 왜 유독 천경자 미인도에서 만큼은 이게 적용이 안되는지 알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천경자 화백은 평소 스타일상 거짓말할 성격은 못된다며 항간에 도는 "그림이 습작이어서, 못 그린 그림이어서 자신의 그림이 아니다"라고 한다는 소문을 일축했다. 임사장은 "천 화백은 생전에 못 그려보이는 그림도 19세때 그린 그림이다. 내가 그린게 맞다"고 할 정도로 호탕하고, 논란이 일때도 당시 정신은 멀쩡했다"고 전했다.

임경식 사장은 올 초 이목화랑 개관 40주년을 기념해 ‘나의 화랑 우리들의 화랑협회’를 펴냈다. 책에는 ‘미인도’를 위작으로 보는 이유와, 천경자 화백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실려있다.

◇다시 25년전, 천경자 화백의 흥분

1991년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이목화랑 임경식 사장과 경향신문 정철수 기자가 찾아왔다. 천경자 화백이 9년전부터 살고 있는 '아뜰리에같은 집'이다.

'미인도는 천경자가 그린 것이다, 아니다'로 대립각이 극렬하던 때였다. 천 화백의 "자기 자식을 에미가 못알아 볼리가 있느나"의 항변도 무시되던 날들이었다.

▲ 故 천경자 화백 추도식이 열린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한 참석자가 천 화백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미술계의 명언이 된 이 말은 당시 감정위원들의 "자식을 많이 낳아 오랫동안 보지 못하면 못 알아볼 수도 있다"는 역공의 화살을 맞기도 했다.

"그 날 위로차 천화백집을 방문했다"는 임경식 사장은 "천경자 화백이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토해냈다"고 했다.

오랜 지인으로서 "천 화백의 그날 (전라도)사투리 강도로 보아 엄청 흥분되고 격앙된 상태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고 했다.

임 사장은 다시 91년의 그 장면을 재생했다. 그 때 천화백은 "이렇게 터무니없고 무시당하는 화가로 있고 싶지 않다며 예술원 회원까지 사퇴하겠다"고 고함을 치고 울면서 하소연했다.

"그림 그리는 나가 아니라 허는데 지들이 머땀시 기어이 맞다는 이유가 머당가?"

그 날 67세 천경자 화백은 중국식당에서 고량주를 평소보다 훨씬 많이 마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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