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에서 앞다퉈 '임산부 전용 주차장'을 설치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정부세종청사관리소에 요청해 정부세종청사 10동 복지부 건물 안쪽 주차장 중 3개 면을 임산부 전용 주차장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단순히 주차 구획선을 흰색에서 분홍색으로 다시 칠하고 '임산부 전용 주차장'이라는 간판만 세웠을뿐 운용계획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태다.

청사관리소측은 "복지부의 요청을 받아 전용 주차장을 설치한 것일뿐 규격 등에 대해서는 복지부로부터 별도의 요청이 없었다"며 "일반 주차장과 동일한 크기"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용 주차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저에는 임산부가 배가 나와 자동차 문을 열고 나오기 힘들다는데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설치되는 임산부 전용 주차장의 경우 이 같은 불편사항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현재 임산부 주차장과 관련한 법적 근거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뿐인 데다 이마저도 불충분한 상태다.

관련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의 경우 '너비 3.3m, 길이 5.0m'로 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반면 임산부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상태다.

최근 국회에서도 임산부 전용 주차장 설치와 관련한 움직임이 있지만 이 같은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김학용 바른정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임산부 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을 ▲임산부와 6세 이하 아동을 동반한 사람 ▲6세 이상 12세 미만 2자녀를 동반한 사람 등으로 규정했다. 또 임산부 전용주차 구역 위반에 대해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규격에 대한 언급은 없는 상태다.

이미 일부 정부기관과 지자체에서 임산부 전용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어 사실상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세종청사관리소에 따르면 이미 세종청사 내에는 2년전 총리실, 공정위원회,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요청을 받아 임산부 주차장이 마련됐다.

하지만 관리는 유명무실하다. 관리소 관계자는 "전용 주차장 설치 초기에는 임산부를 확인해 출입증을 주고, 주기적으로 단속에 나서기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관리 주체가 불분명하고, 단속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부터 마련해야 하는데 복지부는 요지부동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대해 검토한 적은 있지만 임산부 외에 장애인, 노약자, 환자 등 여러 이해 관계가 엇갈리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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