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까지 광주 하정웅미술관

시적 언어로 풀어낸 월남사지 ‘지층의 시간’
이매리 ‘Poetry Delivery 2017’전
오는 19일까지 광주 하정웅미술관
영상·설치·드로잉 등 신작 40점
 

이매리 작가

미국, 유럽 등 전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매리(54) 작가가 자신의 태 자리이자 역사적 애환이 담긴 강진 월남사지를 모티브로 한 전시를 선보인다.

이매리 작가의 개인전 ‘Poetry Delivery(시배달) 2017’이 오는 19일까지 광주 하정웅미술관 1층과 야외마당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메세나협회와 광주문화재단의 1대 1 매칭 펀딩으로 이뤄졌으며,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문화재단이 공동 주관한다.

이 작가는 회화에서부터 조각, 설치, 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꾸준히 예술적 잠재력을 키워왔다. ‘하이힐’이라는 소재를 통해 수년 동안 자기 존재와 실존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왔던 그는 지난 2012년부터 개인의 문제를 인류와 문명의 역사로 확장시키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매리 작 ‘시배달’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15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Poetry Delivery(시배달) 2015’ 시리즈의 연장선상으로 영상, 설치, 사진, 드로잉 등 신작 40여 점이 출품됐다.

이 작가는 이주와 전쟁, 학살, 죽음, 분쟁의 역사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의 개인적 역사와 이야기를 시와 인터뷰 형식으로 미디어적 요소를 통해 담아냈다.

그의 작품들은 강진 ‘월남사지 터’에 대한 개인적 기억과 여순사건, 6·25전쟁의 아픔, 그것을 관통하는 역사적 관계를 ‘시적 언어’라는 방식을 통해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월남사지 석탑이 있는 월남사지는 작가의 조부모님과 부모님이 살았던 집터이자 그의 본적지다. 하지만 2012년부터 문화재 발굴조사 작업으로 해체되면서 개인의 기억적 장소는 소멸되고, 이제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이 작가는 ‘월남사지 삼층 석탑’(보물 제298호)의 추정 탑지 발굴조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012년부터 이곳에 가서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발굴 현장을 드론을 이용해 항공촬영을 하거나 3D수치도를 디지털프린팅하여 활용한 회화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매리 작 ‘And’

미술평론가 정현은 “월남사지에 얽힌 국가와 개인, 정주와 이주, 역사와 기억 등의 관계에서 역사적 증거와 진술 그리고 사적 기억의 재현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의 언어’를 선택하고 있다”며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표출하는 행위는 역사라는 거대 서사와 담지 못하는 생생한 리얼리티를 전달함으로서 삶의 굴곡과 주름 사이에 숨어있는 미세한 감정과 심리를 건드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정웅미술관 관계자는 “이매리 작가는 ‘시적 언어’라는 방식을 통해 월남사지에 대한 개인의 기억과 전쟁의 아픔, 그리고 그것을 관통하는 역사의 관계를 추적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적 사건 속에 매장되어버린 상징과 기억, 장소와 공동체,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되묻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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