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행복나눔…아름다운 자원봉사

(13)수선회

“헌 옷을 새 옷처럼 만들어 행복 나눔 전해요”

40여명 단원 헌옷수선·손마사지 재능기부도

어르신들은 ‘희망’…봉사자들은 ‘삶의 활력소’

수선회는 지난 2006년 결성된 뒤 광주 동구지역을 시작으로 매달 세번씩 경로당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친다. 광주 동구 산수동에 자리한 수선회 봉사단원들이 경로당에서 가져온 헌옷 수선을 하고 있다./수선회 제공
광주광역시 동구 산수동 35번지길 25-1에 위치한 온누리노인복지센터 한켠에 자리한 사무실에서는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로 하루를 여는 주부들이 있다. “아침에 일하러 나오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수선회’ 봉사단원들이다. 일주일에 3번씩 운영되는 수선회 작업실은 여고시절 교실 안 풍경처럼 활기차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한쪽에선 경로당에서 가져온 헌옷 수선에 한창이고 그 옆에서는 봉사단원들이 패턴을 뜨고 천을 재단하느라 바쁘다. 또 한쪽에선 재봉틀을 돌리는 손길이 분주하지만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너무 좋다며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다. 회원들은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수선된 옷들을 경로당의 어르신들에게 전달한다.

◇재봉틀로 이어진 인연=수선회는 지난 2006년 결성된 뒤 광주 동구지역을 시작으로 매달 세번씩 경로당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친다. 단원들은 모두 40여명. 50대에서부터 60대의 주부들이다. 주로 홈 패션을 배웠거나 봉사활동에 뜻이 맞는 주부들로 결성됐다.

창단 초반에는 경로당 등에서 봉사활동을 수거해 온 헌 옷감들을 40여명의 회원들이 일일이 분리해 수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좁은 사무실안에 헌옷 수선물들을 쌓아두기란 무리고 2대의 미싱과 손바느질만으로는 밀려드는 일감을 감당하기가 주부들로선 한계였다. 이에 수선회 봉사단원들은 지난 2008년부터 차안에 미싱 2대를 싣고 직접 찾아가는 수선 봉사활동에 나섰다. 봉사단원들은 경로당 어르신들이 집안에 묵혀뒀던 헌 옷감을 큰 가방 등에 넣어와서 수선을 맡기는 경우도 종종 있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헌옷을 새옷으로 만드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나이 들어서도 일 할 수 있어 보람

단원들은 일주일에 세번, 하루에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7시간씩 일한다. 젊은 시절 아이들을 키우면서 옷을 수선하고 만들기는 했어도 재봉틀 일을 계기로 봉사활동에 나서게 될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으는 단원들. 손수 만든 유니폼 에이프런을 곱게 두른 이들은 일주일에 세번이지만 아침에 젊은 사람들처럼 출근하는 맛이 남다르다. 단원들은 틈틈이 재봉틀로 만든 손수건과 잠옷바지, 스카프, 앞치마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김순옥(58) 수선회 총무는 “나이 먹은 주부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한계가 있는데 이렇게 돈 안들이고 재봉기술을 익힐 수 있으니 좋지 않느냐”며 “거기다 언니 동생들과 함께 일을 하니 더 건강해진 것 같아 무엇보다 창조적인 일이라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수선회 회원들은 지난 2014년부터 헌 옷 수선 말고도 경로당을 방문해 손마사지봉사도 겸하고 있다. 광산구에서 수지침과 경락 마사지를 배워온 덕에 헌옷 봉사도 하며 손마사지를 병행할 수 있었다. 헌 옷 수선을 하며 손마사지를 겸한지가 벌써 3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어르신들은 봉사단이 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단원들은 대체적으로 경로당과 요양병원과 장애인 시설을 찾는데 손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경우가 많다. 단원들은 먼저 손을 씻기고 마른 수건으로 닦은 다음 오일을 발라서 10~30분 정도를 혈자리를 따라 주무른다. 건강 상태나 어르신들의 상태에 따라서 강약을 조절하고 눈을 맞추면서 대화도 나눈다.

손마사지는 혈액순환과 피로회복에 좋고 무엇보다 기분이 좋아져 치매나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좋다.

타인의 손을 닦고 주무른다는 것은 기술을 떠나서 정성이 없으면 절대 하기 힘든 봉사다. 봉사자뿐만이 아니라 수혜자도 마찬가지다. 이에 봉사를 시작하기 앞서 웃음치료,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분위기를 돋우는 노력을 함께 하고 있다.

또 봉사에 따른 경비도 문제다. 회원들이 매달 1만원씩 회비를 거둬 마사지 봉사에 따른 경비를 충당하고 있다. 수건, 오일, 찜통 등의 재료비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신후 수선회 회장은 “재능은 분명 다른 사람들과 나눌 때 더욱 빛을 볼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더 잘 나누기 위해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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