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부는 ‘용퇴론’과 ‘짝짓기’

김우관 <남도일 중·서부취재본부장>

내년 4월15일 치러지는 총선의 화두는 ‘인적 쇄신’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내 소신파로 분류되던 이철희, 표창원 의원이 지난 달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신선한 충격파를 던져줬다. 특히 이 두 의원은 초선답게 당내 계파정치를 무너뜨리고 4년 내내 소신있는 의정활동을 펼쳤다는 공통점 때문에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아쉬움을 샀다.

이철희 의원은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부끄럽다”는 이유를 들었다. 표창원 의원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가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한마디로 20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 탓이다. ‘협력 정치’를 내세웠지만 민심과 동떨어진 자신들만의 의정활동에만 혈안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렇다보니 국민들에게는 정치 혐오를 불러왔고 결국 국민들의 피로도는 절정에 달했다.

#‘최악의 국회’ 오명 탓

법안 처리율 27.9%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다. 국회를 버리고 1년 이상 길거리로 나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0여차례에 걸친 보이콧을 했고, 패스트트랙 처리를 둘러싼 폭력과 회의 방해 사태 등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그들만의 몰염치한 행동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여·야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결정체다.

지난 휴일에는 정치권에 메가톤급 소식이 잇따랐다. 여·야의 중진급 전·현직 의원 2명이 ‘불출마 그룹’에 합류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 현역 3선의 김세연 의원이 당사자들이다. 임 전 실장은 내년 총선을 넘어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는 ‘86 세대’의 대표주자라는 점에서 정치권에 던져진 충격파는 거셌다. 김 전 실장은 총선 뿐 아니라 정계은퇴라는 초강수 선택이어서 ‘개인 임종석’을 뛰어넘은 동류집단 정치인들에게 미친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부산 출신 김 의원 역시 임 전 실장에 비해 중량감 측면에서는 다소 떨어진다 해도 한국당 내에 일고 있는 ‘3선 이상 중진 용퇴론’에 불을 지핀 일등공신이다. 김 의원은 “한국당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규정하는 강성 발언을 쏟아낸데 이어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동반퇴진까지 주장해, 당내에서 좀처럼 울림이 없던 용퇴론에 ‘고양이 방울을 달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누구를 위한 정치’비아냥

이제 지역 정치권으로 눈을 돌려보자. 중앙과는 상반되게 ‘총선용 짝짓기’가 한창이다. 민주당 나주·화순 지역구가 최근 며칠 새 뒤숭숭한 분위기다. 기득권 세력인 신정훈 지역위원장이 무소속 손금주 의원의 입당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출마설에 견제구를 날린 탓이다. 탈당 뒤 두 번째로 민주당을 노크한 손 의원은 지난 16일 입당했고, 이에 따른 여진은 계속 될 전망이다. 내년 총선에서 가장 핫한 지역구로 벌써부터 떠 올랐다.

4년 전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민주당 바람을 잠재운 국민의당 소속 현역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대비해 ‘대안신당’창당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호남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8명의 의원들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창당발기인 대회를 마쳤고 ‘제 3정치세력 결집과 통합’을 기치로 내걸었다. 다만 이용주(여수), 정인화(광양) 의원은 발기인에서 빠졌고 이미 무소속 잔류를 선언한 김경진 의원은 정치상황을 지켜보자는 ‘관망파’로 남은 상태다.

문제는 이들 현역의원들의 연이은 탈당과 신당 창당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중앙에서 지역을 위해 헌신했으나 역부족인 나머지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새로운 정치지형의 변화를 가져올 필요성이 절감한 상태에서 탈당을 결행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물론 이들 가운데는 지역현안을 풀려고 노력하고 한푼이라도 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불철주야 활동한 의원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 지역민들은 이같은 정치변화에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남도일보가 추석 직전(9월 11일자 1면 참조)에 발표한 광주·전남 민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물을 보고 찍겠다’는 응답이 60% 내외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당 보다는 인물을 최우선으로 선택하겠다는 지역민들의 의지 표현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제 선거는 정확히 150여일 남았다. 지역 정치권에서 횡행하고 있는 ‘짝짓기’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생각은 뭘까. ‘자발적 용퇴’소식은 언제 들려올까.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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