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입국한 16번 환자 감시 안돼
‘중국 방문’ 따지다가 16번 환자 조기 발견 놓쳐
태국서 입국한 16번 환자 감시 안돼
17번 환자는 싱가포르서 감염 추정
정부, 검사 대상자 강화 ‘뒷북 대응’
중국 방문이력 중시 행동수칙 유지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를 방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속속 나오면서 보건당국의 중국 위주 방역망에 허점이 노출됐다. 특히 16번째 확진자의 경우 ‘중국 방문 이력’만 따지다 보건당국이 조기 발견 시기를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이를 개선하고자 중국 입국자가 아닌 조사대상 유증상자 등도 선별진료소 의사 판단에 따라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5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16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자 A씨는 최근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그는 지인 5명과 지난달 15~19일 태국 방콕과 파타야를 여행한 뒤 19일 무안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후 A씨는 발열과 폐렴 증상으로 중형병원인 광주21세기병원을 지난달 27일 방문했다. 해당 병원은 질본과 광산구 보건소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의심된다’며 검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질본과 보건소 측은 A씨가 중국이 아닌 태국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A씨는 선별진료소가 있는 전남대병원을 찾았지만 일반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의심된다’고 말했지만, 전남대병원 측도 ‘중국 방문 이력’을 따지는 지침에 따라 의심 환자로 분류하지 않고 폐렴 증상은 확인되지 않아 환자를 돌려보냈다. 그러는 사이 16번 확진자 A씨는 딸과 접촉했고, 딸은 18번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로 판명됐다. 또한 수백명과 접촉해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17번째 환자도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에 다녀온 뒤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경기 구리시에 거주하는 38세 한국인 남성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8~24일 컨퍼런스 참석 차 싱가포르에 방문한 뒤 귀국했다. 이후 행사 참석자 중 확진자(말레이시아)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고, 4일 선별진료소 방문해 진료 후 검사를 받은 끝에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16·17·18번 환자는 모두 방역망 밖에서 발견된 뜻밖의 환자들이다.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중국 위주의 기존 방역망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기존 중국 입국자 가운데 폐렴 소견이 있을 때만 의심 환자로 분류해 검사를 시행한 것을 개선했다.
변경된 지침은 확진 환자 접촉자 관리기준을 강화하고 검사 대상자를 대폭 확대했다. 물론 중국방문 이력을 중시하는 국민 행동수칙과 의료기관 수칙은 여전히 유지 중이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