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관(남도일보 중서부취재본부장)

 

7월 들어 전남 지역민들이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초 유례없는 폭우로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은데 이어 외지방문객들에 의한 코로나 19 감염 확산세가 드세 4차 대유행의 위기에 처해있다. 특히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당국의 특별 방역 강화가 자칫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많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우선, 전남 남해안을 강타한 폭우 피해가 만만치 않다. 지난 5일~ 6일에 걸쳐 내린 집중 호우로 전남 곳곳에서 수해복구에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해남에 531㎜를 최고로 장흥, 진도, 고흥 등에 4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져 인명피해와 수 백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났다. 3명의 인명피해와 이재민 495세대 839명이 발생했다.

광양에서는 산사태가 일어나 80대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 곳 주민들은 사고 전부터 인근 공사현장에 대한 우려를 광양시청에 수 차례 제기했으나 묵살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명피해를 또다시 방치하는 바람에 화를 키웠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대부분 사고현장에서 으렛껏 나타나는 인재(人災)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현된 것이다.

# 반복되는 인재(人災) 차단해야

지난해 8월에는 장마철 집중호우로 섬진강이 범람해 주민들이 극심한 물난리를 겪었다. 당시, 곡성 지역에 이틀간 450㎜가 넘는 장맛비로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고달면, 오곡면에 이어 구례읍까지 농지와 주택단지가 온통 물바다로 변했었다. 문제는 화를 키운 섬진강댐 방류 시기가 문제점으로 급부상됐다. 이를 놓고 아직까지 책임공방만 이뤄질뿐 명확한 책임소재는 요원한 상태다. 이처럼 주민들은 언제까지 반복되는 인재에 속수무책 당하고 살아야만 하는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인들은 피해주민들의 아픔을 보듬기보다는 자신들의 얼굴알리기에 더 분주하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들 가운데 호남을 대표하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등은 각각 9일과 11일, 자신을 지지하는 국회의원들과 함께 피해지역인 해남과 진도군을 찾아 주민들을 위로했다. 물론 이들은 “특별재난구역 지정에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성사여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또 다른 걱정거리는 델타변이바이러스에 의한 코로나 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최근 일주일새 확진자 수가 전국에서 1천여명을 넘어서면서 수도권은 지난 12일부터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4단계로 격상됐다. 오후 6시만 되면 3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는 등 방역이 강화되면서 과거 통금시대에나 겪었던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 피서지 방역 초비상

이같은 여파는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잠시 잠잠하던 코로나 19 확진자가 두 자릿수 이상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일 완도에서 하룻만에 19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이와 무관치가 않다. 완도를 방문한 사람이 수도권 골프모임 관련자와 접촉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더구나 섬이나 시골 마을 같은 소규모 지역은 사람들간의 공동체 생활이 잦다보니 감염 규모가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광주와 전남의 방역체계가 지역적인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어느정도 괘를 같이해야 하는 이유다.

휴가철인 요즘, 전남 유명 해수욕장과 비대면 관광지에는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이후 개장된 해수욕장에는 가족, 연인 단위 피서객들이 몰려든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에 초비상이 걸린 셈이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스한 방역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단적인 예다.

물론 김영록 전남지사는 12일, 브리핑을 통해 이달말까지를 ‘특별방역주간’으로 설정하고 도내 전역에서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는 등 도민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했다. 전남은 코로나 19 청정구역이다. 7월 평균 확진자 5.3명에 전 도민 백신접종률이 40% 안팎으로 안정세를 유지해 왔다. 그렇다고 외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통제할 수도 없는 처지다. 우리 지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딜레마다.

문제는 코로나만 확산되고 침체된 지역경제는 살아날 조짐이 그만큼 적어졌다는 자조섞인 한숨만 일고 있다. 휴가철 ‘ 한 철 대목 ’을 기대했던 지역상인들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관광객 유치가 자칫 물거품으로 끝날 소지는 분명 높아졌다. 하지만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만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회복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역민의 지혜와 슬기만이 지역에 닥친 삼중고(三重苦)를 헤쳐나가는 유일한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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