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관의 세상만사
세밑이 유독 우울한 이유
김우관 <본사 중·서부취재본부장>

세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종식되기는커녕 또 다른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온 세상이 혼란스럽다. 국민의 백신 접종률 향상으로 일상을 회복하려던 찰나에 찬물을 확 끼얹는 꼴이 됐다. 어안이 벙벙하고 허탈감만 가중시키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민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태에서 코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정권 창출에만 눈이 어두운 정치권의 파렴치 때문이다. 민생은 사라지고 오직 권력 쟁취에만 함몰된 탓이다.

더군다나 거대 양당 대선후보들은 국민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행보로 구설수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후보로 선정되기 전부터 불거진 ‘비리 연루’ 의혹 때문에 도덕성 시비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신세에 내몰린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 모두 국민들로부터 비호감이 절반 이상을 넘는다고 하니, 누가 당선되든 20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 최악의 선거로 기록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벌써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민생 뒷전·권력 쟁취 함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가 백년대계를 그리려는 철학이나 가치관이 담긴 청사진보다는 ‘무조건 당선만 되면 된다’라는 식의 표심잡기에만 혈안이 됐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전두환의 공과를 놓고 벌이는 ‘제멋대로’ 해석이 대표적인 논란거리다. 국민은 대선 이후 정국 대혼란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같은 대선정국과 맞물려 지역 현안 역시 해법 찾기에 역부족이라는 원성이 지역민들 사이에 터져 나오고 있다. 내년 지선(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민선7기 광주시와 전남도를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취임(2018년 7월)할 당시만 해도 정통 행정관료 출신에다 국회의원 재선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적임자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으나 결과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시각의 배경에는 시·도간을 아우르는 광역행정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한전공대 유치를 놓고 막판까지 경쟁을 벌이는 우를 범했다. 결과론적이지만 이 때문에 부영CC 부지의 무상 기부가 나왔다는 설도 당시에 파다하게 돌았다. 결국 시·도간 과열 경쟁이 부른 참화로도 이어진 ‘우픈(우울하고 슬픈) 사실’이 현실화된 것이다. 전남도와 나주시 역시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과다 출혈로 인한 후유증 여진이 지속되고 있음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는 지나친 ‘네 탓’ 공방 끝에 ‘갈등의 골’만 패이는 최악수를 두고 말았다. 공항 문제는 민선7기 시·도 상생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공항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했다.

하지만 양 측간에 ‘말꼬리 잡기식’ 진행 탓에 상호간 신뢰에 금이 가고 말았다. 2년여간에 걸친 허송세월을 보낸 시·도는 뒤늦게 비난 여론에 밀려 지난 3일 열린‘상생 회의’막판 의제 끝에 ‘공동으로 정부에 촉구한다’ 선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 공항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단초를 그나마 마련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광역행정 부재 ‘아쉬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해법도 시급한 현안임에도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공동으로 풀어야 할 의제가 산적하지만 제대로 풀린 것은 없다. 혁신도시 발전기금 문제가 그렇고 SRF 발전소 가동 문제 등이 지난 4년간 답보상태 그대로다. 단체장 의견 조율은 그렇다치더라도 실무진 자체도 만남이 없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민선 7기 광주시와 전남도 행정이 절대적으로 평가절하 돼서는 안된다. 세부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업적이 즐비하다. 단지 광역행정에 대한 공동 대처 노력이 미흡했다는 점을 여기서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그만큼 이 시장과 김 지사의 능력치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표출이기도 하다. 이제 지선 시계는 정확히 6개월을 채 남기지 않았다. 지선 입지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 현안들은 ‘동작 그만’인 채로 민선 8기로 넘어가야 할 운명의 시점을 맞은 셈이다.

국민은 지난 2년여 동안 지속적인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쳤다. 그런데도 정치권의 위민정치는 회복은 고사하고 나락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가 실종되고 비상식과 몰상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 민중은 설 자리를 잃고 만다. 국민은 자신의 아픔을 진정으로 보듬는 위정자를 원한다. 민초들이 새로운 세상을 갈구하는 단순한 이유다. 올 세밑도 여전히 우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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