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처럼 변한 전남 갯벌 어민·생물 다죽어간다
신안 지도·무안 해제면 등 일대 갯벌 퇴적층 깊어져
연륙 사업 후 해수 흐름 차단 원인…환경 변화 어획량 감소

 

무안군 해제면 인근 갯벌 일부 구역 내 퇴적층이 높아지면서 뱃길이 끊겨 방치된 부두. 신안/박장균 기자 jkjh112@namdonews.com
무안군 해제면 인근 갯벌 일부 구역 내 퇴적층이 높아지면서 뱃길이 끊겨 방치된 부두. 신안/박장균 기자 jkjh112@namdonews.com

전남 신안군 일부 지역 갯벌들이 질퍽이고 찐득이는 꽉 막힌 일종의‘민물의 늪’처럼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갯벌 내 생태학적 변화도 심해지면서 이곳에서 자생하던 동식물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던 어민들의 어려움도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 차원의 보다 명확한 현장 조사를 통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낮아진 바다 수심

26일 신안군 등에 따르면 신안 지도읍 내양리·봉리·어의도 및 선도 바닷가 주변에 수십 년간 바닷물 흐름이 바뀌면서 인근에 조성돼 있던 갯벌 퇴적층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갯벌 퇴적층이 쌓이기 시작한 건 섬이었던 신안군 지도읍과 무안군 해제면 사이 연륙이 추진되면서다.

지난 1972년 물막이공사가 시작돼 1980년에 완공됐고 이후 현재의 태원농장지구가 형성됐다.

문제는 이렇게 제방축조 후 약 40년 이상 담수호로 활용되면서 해수흐름이 차단돼 갯벌의 오염이 가속화됐다는 점이다. 더욱이 연륙이 된 후 바다 수심이 급격히 낮아지는 등 대규모 환경 변화가 발생했다.

실제로 지도읍 북쪽에 위치한 참도 앞바다 수심이 과거 20m가 넘었지만 현재는 평상시 수심이 겨우 2m 내외에 불과하다. 내양리와 신풍도(참도와 어의도 사이 섬)엔 수심이라는 말이 의미가 없어질 만큼 낮아졌다. 해수 흐름에 급격한 변화가 오면서 갯벌 퇴적이 눈에 띌 만큼 빠르게 이뤄져서다.

 

지도읍 내양리 갯벌을 주변으로 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지만 뻘처럼 변해버린 갯벌 탓에 어획량이 줄어 어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안/박장균 기자 jkjh112@namdonews.com
지도읍 내양리 갯벌을 주변으로 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지만 뻘처럼 변해버린 갯벌 탓에 어획량이 줄어 어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안/박장균 기자 jkjh112@namdonews.com

◇생계 위협받는 어민들

현재 신안군 지도읍 어의도에만 주민 78세대 118여명, 지도읍 선도엔 159세대 24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들은 갯벌 퇴적층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심각한 부작용 탓에 생계마저 막막해진 상황이다. 바다 수심층에 따라 해양생물들의 서식환경이 달라지는 만큼 이곳에서의 자생하던 생물들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진 탓이다.

해가 갈수록 고기 어종이 사라지고 김 양식장 면적은 줄어든다는 것이 지역 어민들의 하소연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이곳에서 주로 잡히던 부서, 준치, 갑오징어는 씨가 말랐고 농어와 감성돔 어획도 급감했다. 낙지 또한 매년 개체수가 줄고 있다.

김양식장은 조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영양분 공급이 잘 안되면서 성장이 지연되거나 아예 크질 않고 있다. 9월이면 김 작업을 시작해 11월초 부터 5월까지 생산 했지만 3월이면 김 생산을 못하고 인근지역에 비해 조기에 끝내야 하는 실정이다.

지도읍 선도 박일선(60) 이장은 “평생 바다에서 조업만 하고 살았는데 해가 갈수록 갯벌 퇴적층이 높아져 조업하기 어려워지는 있다”며 “지난 1975년 연륙 이후 물고기들의 산란장이 사라졌고 흔하게 잡히던 어종들은 점점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 빨리 해수로가 복원돼 해수가 유통된다면 갯벌이 다시 살아나 영광앞바다 부터 해남까지 어족이 풍부해질텐데 뭔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읍 어의도 김희진(59) 어촌계장은 “물이 빠지면 갯벌은 늪이 되고 물이 들면 수심이 나오질 않아 갯벌에 접근이 어려워 조업장은 매년 줄어 들고 있다”며 “지도읍과 해제면 영광군 바닷가까지 갯벌 퇴적층이 높아져 물이 늦게 들고 빨리 빠지기 때문에 조업 시간은 짧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참도와 어의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수심이 나오질 않아 한 달 10일은 결항인데 향후 4~5년 후 배가 못 다녀 섬에 고립 될까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편해진 생활 환경

갯벌 퇴적층이 높아지면서 어민들의 기본적인 생활조차 영위하기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도읍 내양리와 마주한 무안군 해제면 석룡리 부두(450m)는 갯벌퇴적층이 높아져 어선이 정박하기 어려워 결국 사용을 못하고 방치돼 있다. 수심이 낮아지면서 뱃길 자체가 사라진 까닭에 어민들은 가까운 거리를 멀리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크고 작은 해상사고는 매번 반복되고 있다.

도서지역 특성상 가득이나 외부와의 단절이 심한데 고립의 정도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질병 등 긴급한 상황에서 육지로의 연결이 과거보다 더욱 어려워지면서 생활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어의도 등 일부 선착장들도 물길 따라 매년 길어지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수심이 나오질 않아 새로운 선착장 개설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관련, 신안군 관계자는“ 늪이 되가는 갯벌을 복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부를 설득해 해수부에서 갯벌생태계 복원사업비가 일부 내려 왔다”며 “무안군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해수로 복원사업이 원활하게 진행 되도록 하고 협의가 되는 즉시 행정 절차를 진행하겠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갯벌 복원을 시행할 계획이며 2023년부터는 단계적으로 해수개방을 진행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안/박장균 기자 jkjh11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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