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청사 이전후 공공시설 추진
청년주택·복합문화시설 등 계획
민자유치 실패로 번번이 개발 무산
LH 등 기업들 수익성 들며 ‘난색’
“전문가·주민과 토지계획 수립”

광주광역시 남구의 공약사업이었던 ‘옛 보훈병원 부지 개발사업’이 백지화된 이후 해당 부지가 수년째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구 보훈병원 부지의 모습. /박정석 기자
광주광역시 남구의 공약사업이었던 ‘옛 보훈병원 부지 개발사업’이 백지화된 이후 해당 부지가 수년째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구 보훈병원 부지의 모습. /박정석 기자

광주광역시 남구의 ‘옛 보훈병원 및 보훈청 개발사업’이 10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단체장이 바뀔때마다 부지 개발을 추진했지만, 사실상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면서 남구의 현안이 됐다. 민선 7기에서도 김병내 구청장의 공약사업이 백지화 되면서 직원들의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옛 보훈병원 일대 개발사업 현황과 과정, 향후 방향 등을 살펴본다.

◇남구청사 이전으로 사업 추진

옛 보훈병원 부지 개발사업은 남구청사 이전에서 시작됐다. 남구는 2013년 3월 봉선동 청사를 뒤로하고 현재 위치인 백운광장 앞 주월동 1284-1번지에 새 둥지를 튼다. 청사를 이전함에 따라 도시계획상 주차장 대체부지가 필요했던 남구는 2013년 하반기 옛 봉선동 청사 부지를 287억 5천만 원에 매각하고, 매각대금 중 84억 9천만 원을 들여 옛 보훈병원 부지를 매입했다. 당시 남구는 백운광장 인근 주차난 해소를 공용주차장 개설과 함께 운동·체육시설이 들어선 복합공공시설로 구축할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민선 6기 들어 전면 확대된다. 재선에 성공한 최영호 구청장은 선거과정에서 옛 보훈병원 부지 개발을 통한 백운광장 활성화를 공약 사업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2016년에는 45억원을 들여 옛 보훈병원 인근 옛 보훈청 부지도 매입했다. 남구는 이듬해 국토교통부의‘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 사업(청년주택·청년센터·복합문화시설·공공청사 등)’에 선정됐다. 옛 보훈병원과 보훈청 부지를 묶는 개발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수익성 이유로 기업 참여 꺼려

하지만 민자유치에 실패하면서 민선 6기내에 첫 삽을 뜨지 못했다. 민선 7기 남구를 이끌게 된 김병내 남구청장은 민선 6기 개발계획을 토대로 역시 옛 보훈병원 및 보훈청 부지에 창업지원센터 및 복합문화시설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2019년 사업 승인을 얻었으며, 당초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했다.

민선 7기 들어서도 개발사업은 진행되지 못한다. 사업 계약을 맺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부지 활용방안 논의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LH는 청년주택 500호 건설 건과 관련한 수익성이 필요했다. 반면 남구는 청년주택을 저가로 공급하는 등 수익성보다 공익성에 초점을 맞췄다. 개발사업을 놓고 남구와 LH가 동상이몽을 한 셈이다. 개발계획이 백지화되면서 130억원을 들여 매입한 옛 보훈병원 및 보훈청 부지는 현재 남구청 직원 주차장과 현장 근로자 쉼터, 창고,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로 사용되고 있다.

옛 보훈병원 일대 개발이 번번히 무산된 것은 LH 건에서 보듯 남구와 개발사업자간의 접근 방향이 다른 게 주 원인으로 꼽힌다. 남구는 공용주차장 등 주민과 직원들을 위한 편의시설, 즉 공공성을 염두에 둔 개발을 우선으로 한다. 반면 사업참여를 희망하는 기업(공기업 포함)에선 수익성을 토대로 참여여부를 판단한다. ‘손해보고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민선 8기 100대 과제로 재추진

결국 각각 다른 부지개발 방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린다면 옛 보훈병원 일대 개발사업은 앞으로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남구나 기업들 모두 양보할 수 없는 명분들이어서 일각에서는 현 상황이 고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구나 LH와의 계약이 무산된 이후 옛 보훈병원 일원 개발사업에 대해 추가 입찰은 물론 관심을 보이는 기업도 없는 실정이다. 남구는 자체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업추진을 위해선 정부 지원이나 기업들의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부지 용도변경도 할 수 없다. 해당 부지는 매입 계약당시 도시계획상 주차장으로 용도를 정했기 때문에 2024년 12월까지 용도 변경이 불가능하다. 주차장으로 사용하지 않을 시 환매해야 한다. 이 경우 주차장 대체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주차장 부지를 물색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남구는 민선 8기 100대 과제에 옛 보훈병원 일대 개발사업을 포함시켰다. 8기 임기를 시작한 김병내 청장의 재선 기간내에는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겠다는 의지다. 재추진 방안으로는 도시재생뉴딜사업 등 정부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개발사업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 아파트 단지 개발, 공원 개발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 최종 개발계획 수립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남구 관계자는 “내년부터 해당 사업과 관련해 전문가 용역을 실시하고 부지 활용에 대해 주민과 소통해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며 “아파트 단지 개발, 공원 조성 등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분분한 지역인만큼 주민들이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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