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가 갚은 전세보증금 ‘역대 최대’
못 받은 전세금 올해 누적액 8천억
정부, 임대차보호제도 개선 ‘입법예고’
체납·선순위 보증금 정보 요구 가능

 

광주지역 한 아파트 단지. 특정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남도일보 DB

김모(45)씨는 이미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 날짜가 다가옴에도 이삿짐을 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집주인에게 몇개월 전 계약 만료 의사와 함께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말했으나, 부동산 시장이 하락장에 들어오면서 돌아 오는 건 “줄 돈이 없다”는 대답뿐이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도 전세로 나갈 기미가 없다고 한다. 김씨는 현재 3억5천만원에 전세로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인근 부동산을 통해 같은 동 같은 평수의 아파트가 3억1천만원에 매매됐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김씨는 “그동안 깡통전세라는 말만 들었지 내가 그 피해를 당할까봐 요즘 밤잠을 설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동산 시장이 하락장세에 접어들면서 광주에서도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깡통전세’란 주택 매매가에서 전세가를 제외했을 때 남는 것이 없는 상황으로, 주택을 처분했을 때 전세가 이하로 시세가 형성돼 전세가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없는 주택을 의미한다. 깡통전세는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낮아지는 ‘집값 급락기’에 발생한다. 전세 계약을 맺은 이후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특히 최근의 경우 갭투자가 유행처럼 번진 2~3년 전의 영향이 나비효과처럼 커져 ‘깡통전세’ 주의보가 내려졌다. 집값 하락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집값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지면 주택을 팔아도 보증금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깡통전세는 고의성을 가진 경우 피해자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세금 미납 등으로 경매로 갈 경우 선순위 채권자가 되지 못해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깡통전세의 피해 유형별로는 연립(빌라)·다세대·단독·다가구주택의 사고 건수와 금액이 아파트와 오피스텔보다 더 많았다.

지난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갚아준 전세보증금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HUG에 따르면 보증사고로 인한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은 지난 10월 1천87억원(501가구)으로 1천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2015년 통계기록 이후 사상 최대치다.

세입자들이 못받은 전세금도 올해만 최소 8천억원을 넘어섰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가에 따르면 10월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금액은 전월 대비 39.8% 급등한 1천526억으로 나타났다. 전년동기 527억원에 비해 3배 뛴 금액이다. 1월부터 10월까지 확인된 누적금액인 7천992억원으로 이 역시 전년동기(4천507억원) 대비 77.3% 치솟았다. 이는 HUG 전세보증상품 가입 기준으로 집계된 금액이기 때문에 가입되지 않은 사례와 빠르게 늘어나는 사고량을 감안할 때 올해 말까지 1조원을 넘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깡통전세와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정부도 임대차 제도 개선책을 발표했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지난 21일 입법 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선순위 보증금과 체납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소액임차인의 범위도 권역별 일괄 1천500만원 상향되는 점이다. 집주인이 체납한 세금이 있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 계약 전 납세증명서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들어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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