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선거의 해…호남 민심은 변화·견제 갈망
5년만 정권교체…국힘, 불모지서 달라진 위상
尹에 두자릿수 득표…민주, 李에 몰표 몰아줘
거대 양당에 각각 ‘변화·관심’ 요구 분석도
지선 ‘무관심’회초리…27년만 국힘 광역 입성
광역의회 ‘물갈이’…청년의원 ↑·변화 움직임

 

투표하는 유권자들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3월 9일 광주광역시 북구 태봉초등학교에 마련된 용봉동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다사다난했던 2022년 임인년이 저물고 있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선거의 해’로 가장 격동적인 시간으로 기억된다.

광주·전남도 새로운 변화로 꿈틀거리고 있다. 민선 8기가 본격 닻을 올리면서 수 년간 공회전을 거듭한 광주 군공항 이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대 관심사인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도 순항 중이다. 무등산 정상이 내년부터 상시 개방되는 등 56년 만에 광주의 어머니 산이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는 희소식도 들려왔다.

지방의회는 청년 의원 대거 입성으로 ‘젊어진’ 의회로 거듭나며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대한민국 경제 상황 역시 나아지지 않아 서민들의 고통은 여전했다.

‘인재’로 기억되는 안타까운 사건·사고도 발생했다.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6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고 이태원 참사는 광주·전남 지역민 1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스포츠계는 지친 시·도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대한민국이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기쁨을 선사했고 시민구단 광주FC는 1부리그로 승격하며 승전보를 울렸다.

남도일보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각 분야를 되돌아보는 연속 기획 보도를 12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지난 3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5년 만 정권교체…광주·전남 득표율 의미

2022년은 ‘선거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가 잇따라 치러지며 유례 없는 선거 레이스가 펼쳐졌고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염원을 실감케 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은 이번 20대 대선에서 복잡 미묘한 셈법을 드러냈다. 서진정책을 앞세워 보수정당 후보로 나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역대 최대 득표율을 선물하면서도 전국 최대 투표율로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도 거두지 않았다.

20대 대선 개표 결과 윤 대통령의 광주 지역 득표율은 12.72%(12만4천511표), 전남은 11.44%(14만5천549표)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보수정당 후보가 광주·전남에서 거둔 득표율 중 가장 높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광주 84.82%(83만58표), 전남 86.10%(109만4천872표)로 몰표를 내줬다. 특히 광주 최종 투표율은 81.5%로 기록돼 대선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이 같은 결과는 거대 양당 둘 다에게 혁신과 변화를 요구한 스탠스로 읽힌다. 서진 정책에 나선 국민의힘에게는 호남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과 분발을 요구했고 민주당에게는 민심이반의 경고와 여전한 애정을 확인시켜줬다는 평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윤호중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왼쪽부터)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6.1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선, 광주 최저 득표·무투표 당선 속출…위기의 ‘민주’

대선이 끝나고 3개월 뒤 치러진 6월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위기론에 힘을 실었다.

당 심장부인 광주가 대선 패배와 공천 파동에 실망한 채 ‘무관심’이라는 회초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광주 최종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방선거 역대 지역 최저 투표율이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 이후 지역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과 동시에 일당 독주 체제에 대한 싸늘한 민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남은 ‘무소속 돌풍’이 불었다. 전남 투표율은 58.5%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으나 22개 시·군 중 7곳이 무소속 후보가 승리했다. 공천 파동으로 시끄러웠던 민주당의 경선 과정 잡음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오면서 일당 독점 체제인 지역 정치권에 경종도 울렸다.

광주는 나홀로 출마한 13명, 전남은 50명 등 총 63명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이 중 기초단체장은 광주 1명, 전남 2명이 무혈입성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27년 만에 비례대표가 광주시의회에 입성하며 불모지에서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반면 민주당의 견제 세력으로 매 지방선거마다 광역의원 비례 자리를 꿰찼던 정의당은 8대 의회 이후 명맥이 끊기면서 대안정당으로서의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남겨졌다.
 

제9대 광주시의회 개원식에서 광주시의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광역의회 물갈이·청년의원 입성…변화의 바람

올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변화는 광역의원이 대폭 물갈이 됐고 청년의원들이 상당수 입성했다는 점이다.

광주시의회는 8대 의회 활동했던 의원 23명 중 17명이 교체됐다. 현역 생환자는 겨우 6명 뿐이다. 전남도의회는 61명 중 32명이 초선 의원으로 채워졌다.

2030 청년 의원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광주시의회는 27세의 이명노 의원을 비롯해 총 5명이, 전남은 1명이 9대 의원에 당선됐다.

청년들이 광역의회에 입성하면서 지역 정치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점심으로 가벼운 컵라면, 삼각김밥을 먹으며 의원·민원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젊음을 무기로 밤늦게까지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시의원들의 하루를 궁금해 하는 주민들을 위해 Vlog(브이로그)로 하루 일과를 가감없이 전달하며 밀착 소통에 나서는 것도 확연히 달라진 지역 정치권 풍경이다.

광주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올해 잇따라 치러진 선거로 지역 정치권에도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민주당에 대한 회초리와 여전한 애정이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광역의회에서 새 바람이 부는 만큼 향후 정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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