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결과 민원제기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
교과과정 개편하면서 독단적 추진 갈등빚어
지난 19일 징계위원회 열어…결과는 함구

한국창의예술고등학교 정문/장봉현 기자

독단적인 학교 운영 등의 문제로 학내 구성원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전남 광양 한국창의예술고등학교 교장이 징계 처분을 받게 됐다.

22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한국창의예술고 교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이날 징계위원회는 당사자인 한국창의예술고 교장이 참석한 가운데 7명의 위원이 감사관실에서 의결 요구한 징계안에 대해 수위를 정했다.

하지만 징계 결과는 당사자의 비공개 요청과 교육공무원 징계령의 비공개 원칙 등을 들어 공개하지 않았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처분 수위는 결정했지만 양측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인데다 개인 신상의 문제라서 민감하다”면서 “법적 다툼의 소지도 있어 이 사안에 대한 세부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가 징계 처분에 불복할 경우 소청심사, 행정소송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남도교육청은 지난 6월부터 한국창의예술고 교장이 독단적으로 학교운영을 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돼 감사를 벌여왔다.

이 학교는 교과과정을 개편하면서 교장이 ‘밀어부치기’ 식으로 추진하는가 하면 자신이 전공한 미술과목 중심으로 강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일선 교사, 일부 학부모들이 이에 반발해 갈등을 빚어왔다.

한국창의예술고는 음악과 미술을 전공하는 특수목적고교로 2020년 3월 개교했다.

당초 음악과 미술 분야 신입생을 따로 모집했지만 올해부터는 전공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 선발했다. 1학년 때 융합을 기반으로 한 공통 예술 교육을 받은 뒤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창의예술고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융합교육 6개 과목을 신설해 전남도도교육청에 신청했지만 3개 과목만 받아 들여졌다.

지난 5월에 다시 ▲무대의 이해 ▲몸과 예술 ▲음악의 이해 ▲평면과 입체 ▲글과 이미지 ▲무한상상공작소 6개 과목 신설을 요청했지만 이 역시 모두 승인받지 못했다.

이 같은 방침에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장이 실체가 불분명하고, 교육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창의융합교육으로 교과과정 개편을 밀어부치고 있다며 반발했다.

교과과정 개편은 아이들의 장래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수년에 걸쳐 숙의하고 전문가의 연구 등을 통해 추진해야 하는데 교장이 막무가내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지난 8월 기준 개교 2년 6개월 사이 30명의 학생이 자퇴 또는 전학을 하는 등 학교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상당수는 관련 분야에서 ‘천재’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인 수준의 문화예술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한 한국창의예술고에 입학했지만 당초 기대했던 예술고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호소했다.

전남도교육청 감사관실은 현장조사, 대면조사 결과를 토대로 민원 제기된 부분과 상당부분 일치한 것을 확인하고 징계의결을 요구한 바 있다.

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그동안 도교육청 차원에서 학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창의예술고 교장을 만나 독선적인 운영에 대한 문제점과 소통을 요구하는 등 노력을 했다”면서 “교육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추진과정에서 협의와 소통이 우선이고, 공립교육은 사교육과 달리 규정과 여건에 맞게 진행돼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창의예술고는 음악과 미술을 전공하는 특수목적고교로 지난 2020년 개교했다. 광양시는 예술고 공모를 유치한 이래 설립 당시 총 사업비 320억 원 중 부지·시설비 일부인 134억원을 지원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과 교류 등을 통한 차별화된 교육을 위해 개교 첫 해인 2020년부터 매년 10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2029년까지 10년간 모두 1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역 예술인재 양성을 위해 창의예술고와 연계한 예술중학교 건립도 추진 중이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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