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교사들 “구성원 의견 무시 교과과정 개편”
학교장 “지난해부터 협의 통해 추진한 것” 반박

전남 광양시 소재 한국창의예술고 전경./장봉현 기자

전남도교육청이 한국창의예술고 교장의 독단적인 학교 운영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돼 특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교과과정을 개편하면서 교장이 ‘밀어부치기’ 식으로 추진하는가 하면 자신이 전공한 미술과목 중심으로 강화하고 있어 일선 교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광양의 한국창의예술고교 교장이 독단적으로 학교운영을 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돼 최근까지 3주에 걸쳐 특정감사를 벌이고 있다.

일부 교직원들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교장의 의지만으로 결정해 교과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창의예술고는 지난 5월 전남도교육청에 ▲무대의 이해 ▲몸과 예술 ▲음악의 이해 ▲평면과 입체 ▲글과 이미지 ▲무한상상공작소 등 6개 교과과정에 대한 신설을 승인 요청했다. 일부 과목은 오는 2학기부터, 나머지 과목은 내년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과과정 개편을 통해 융합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게 이 학교 교장의 의도다.

하지만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은 세계 수준의 문화예술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창의예술고의 당초 취지와 맞지 않을뿐더러 추진과정에서 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과과정 개편은 아이들의 장래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교과과정을 개편할 때는 수년에 걸쳐 숙의하고 전문가의 연구 등을 통해 추진되는데 이런 과정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신설되는 교과과정 상당 과목이 미술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어 ‘미술고’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창의예술고 교장의 미술 전공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많다.

실제 신설되는 교과과정 가운데 ‘음악의 이해’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은 미술과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특정 분야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선발해 분야별 전문 인재 양성이라는 분명한 목표에 따라 운영하는 특수목적고등학교에서 이번 융합을 강조하는 교과과정 개편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특수목적고인 창의예술고에 아이를 입학시킨 이유는 관련 우수 대학 진학을 위한 것인데,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공모를 통해 미술을 전공한 현 교장 선생님이 오셨는데, 이후 미술과정에 상대적으로 지원을 많이 하는 것은 물론 예술분야 보다는 수학, 과학, 인문 등 융합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전문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일반고등학교와 큰 차이가 없다”며 “아이들이 미래에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능력을 키우도록 교과개편을 해야 하는데, 이를 포기한 듯 보인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번 감사와 관련해 신홍주 창의예술고 교장은 “민원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교과개편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미술 중심의 개편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신 교장은 “현재 제출된 교과목 수로 볼 것이 아니라 성격을 봤을 때 음악과정이 질적으로 절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면 무한상상공작소와 무대의 이해 과목의 경우 음악 전공 아이들을 위해 음악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교육청 공직감찰팀 관계자는 “독단적으로 운영한다는 민원 등이 접수돼 사실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확인할 사항이 많이 있어서 감사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창의예술고는 음악과 미술을 전공하는 특수목적고교로 지난 2020년 3월 개교했다. 광양시는 예술고 공모를 유치한 이래 설립 당시 총 사업비 320억 원 중 부지·시설비 일부인 134억원을 지원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과 교류 등을 통한 차별화된 교육을 위해 개교 첫 해인 2020년부터 매년 10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2029년까지 10년간 모두 1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광양시는 지역 예술인재 양성을 위해 한국창의예술고와 연계한 예술중학교 건립도 추진해 왔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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