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갈등에 이어 교사가 제자에게 고소전 예고
졸업식에선 학생들 졸업장 찢기 소동

 

한국창의예술고등학교 정문/장봉현 기자
한국창의예술고등학교 정문/장봉현 기자

독단적인 학교 운영 등의 문제로 학내 구성원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전남 광양 한국창의예술고등학교에서 이번에는 교사가 제자를 고소하겠다는 식의 협박성 문자를 보내는 등 볼썽 사나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7일 전남도교육청과 학부모 등에 따르면 전남 최초의 공립 예술고등학교인 창의예술고는 지난 5일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날 A교사는 B학생에게 “졸업 축하한다. 이제 너는 네가 한 말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거야. 내가 가만히 당하고 있을 줄 알았지”라는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

A교사와 B학생의 갈등은 2021년 12월 기말고사 때 시작됐다.

2학년 2학기 국어과 기말고사 문제의 정답이 1개가 아닌 복수였는데, B학생은 교사에게 재채점을 요구했고 교사는 복수 정답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B학생의 부모는 교사가 복수 정답을 인정한 후부터 괴롭힘이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는 “아이가 기말고사 오답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은 게 결국 이런 문제를 불러오는 단초가 됐다”며 “오답 사건이 있고 난 후 아이를 대하는 교사의 태도가 못마땅해 장학사와 이 문제에 대해 몇 차례 상담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아 결국 민원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원을 제기한 후부터 아이를 대하는 교사의 태도가 달라졌고, 아이가 자기와 싸운 것으로 소문을 내는 등 아이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안겨 줬다”고 주장했다.

A교사는 한 언론을 통해 “학생을 고소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걸 후회하지 않는다”며 B학생에 대한 고소를 이어갈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광양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한국창의예술고등학교는 12일 교사로부터 ‘고소하겠다’는 문자 내용을 받은 B학생의 부모에게 “귀하의 자녀에게 발생한 일이 학교폭력 사안임을 알려드리며 학교폭력 사안을 접수한다”고 통보했다.

한국창의예고 학교폭력 사건은 광양교육지원청 학교지원센터가 전담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졸업식에서 음악전공 학생들은 학부모들이 보는 앞에서 졸업장을 찢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졸업생들은 교육 과정에 대한 강한 불신과 학교장의 독단적인 학교 운영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한 학생은 “졸업장 찢은 것에 대해 혼내는 부모님들도 계셨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학교의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되풀이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행동을 한 것이 감정적이 아닌 후배들을 위한 정말 절박한 심정에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창의예술고는 음악과 미술을 전공하는 특수목적고교로 2020년 3월 개교했다.

당초 음악과 미술 분야 신입생을 따로 모집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전공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 선발했다. 1학년 때 융합을 기반으로 한 공통 예술 교육을 받은 뒤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이 같은 방침에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장이 실체가 불분명하고, 교육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창의융합교육으로 교과과정 개편을 밀어 부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미 음대를 목표로 하고 입학한 아이들한테 갑자기 융합 교육을 위해 과학공부를 시키고, 연습 대신 야간자율학습을 시키는 등 예술고의 취지와 다른 교육을 하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지난해 8월 기준 개교 2년 6개월 사이 30명의 학생이 자퇴 또는 전학을 하는 등 학교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교육청은 독단적인 학교 운영으로 인한 학내 갈등을 빚는 것과 관련해 감사를 통해 최근 교장에게 ‘감봉 2개월’ 징계를 내렸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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