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남(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전 광주시교육청 정책국장)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

AI(인공지능) 개별화 맞춤형 교수학습 시스템은 잠자는 교실을 깨울 수 있을까? AI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가장 큰 장점으로, 학습자의 준비 정도나 이해력 정도를 정교하게 판단, 단계에 맞춰서 꼭 필요한 학습 과정을 개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많은 학생의 학습 정도를 교사가 개별적으로 전부 파악하고, 적절한 교육과정을 투입하고, 평가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앞으로 AI 교수학습 시스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호 장관은 지난해 말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교사들한테 교실을 깨우자고 하면 ‘너무 일이 많다’, ‘진도를 나가야 한다’라고 답한다. 진도는 AI 튜터에게 맡기고, 교사를 훈련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AI 튜터가 평가도 해주니 훨씬 객관적으로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수시에 대한 신뢰성이 회복될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이제 AI튜터가 상당 부분 교사의 역할을 대신해 줄 것이며, 그것도 학생의 성장 속도에 맞춰서 적절하게 지원할 수 있으니, 남은 시간에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서울교육정책연구소에서는 올 4월 말 전국 교육정책연구소 네트워크에 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서울에서 사용되고 있는 아이스크림 홈런, 천재교육 밀크티, 클래스팅 AI 등 20여 개의 AI튜터 프로그램을 투입하여 운영한 결과보고서이다.

“현재 민간기업의 상업적인 AI 학습플랫폼 중심의 활용 교육은 디지털의 외피를 입었을 뿐 그 내용과 형식은 특정 정보나 지식을 설명하거나, ‘지시적(order)인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우리 교육이 벗어나고자 했던 파편화된 지식 중심의 교육을 더욱 공고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과연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그리는 미래 교육의 이상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질문을 던졌다”고 언급하고 있다.

AI 교수학습플랫폼을 통해서 개별화 맞춤형 ‘이유식’을 잘 만들 수 있다. 문제는 학생들이 이 이유식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공부에 대한 동기가 없는 학생들에게 AI튜터는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가의 문제다. 아무리 재미있고, 정교하게 만든 학습튜터일지라도 잠자는 교실과 학습에 집중할 수 없는 학생의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부터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 시작된다. 학생들을 가장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교사가 나서서 학습 동기를 일으키지 않는 한, 어떤 탁월한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학생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거액의 AI튜터 이전에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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