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남(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

교감은 부교장이 아니다. 교감은 지위가 아니라, 역할이다. 그래서 업무추진비용 등의 예산이 없다. 그러면서도 교감은 학교의 모든 직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교감의 법적인 직무는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교감은 기관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각종 위원회 조직과 운영을 도맡아서 한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 교원능력개발평가위원회, 인사위원회, 교육 과정 관련 위원회, 교무행정전담팀장 등 10여 개의 중요 위원회를 운영한다. 최근에는 교권 4법의 후속 조치로 소위 각종 ‘악성 민원’을 최전방에서 처리하는 역할도 맡았다. 교원들과 비정규 공무직에 관련된 직무와 인사도 관리하고 지원한다. 본연의 학생 교육과 관련된 장학 업무나 교원들의 부재 시 모든 땜질을 도맡아서 한다. 방과후나 돌봄 교사를 채용하고, 운용하고 보고하는 일도 한 짐이다. 하루에 평균 10여 개의 공문을 회람하고 처리한다. 물론 업무에 능숙한 교무실무사 선생님과 보직교사들이 옆에서 든든하게 도와주고 있지만, 교감이 멈추면 학교가 멈춘다. 최근에는 총괄 업무 외에 고유한 업무를 직접 맡으면서 수업하는 교감도 많다.

교장들은 제1복이 교감 복이라고도 한다. 교장 승진하기까지 평교사 시절부터 교감을 거쳐오면서 교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능력있는 교감상이 과거처럼 자기 일 잘하는 교감이 아니다. 최근에는 각종 민원과 학교 갈등이 폭증하고, 경계성 학생들과 학교 폭력이 늘어나면서 보이지 않게 손을 넣어야 할 모든 일은 교감의 몫이 되었다.

교감들의 유일한 낙은 그래도 이렇게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살다 보면, 어느덧 교장이 되어 이런 경험들이 살이 되고 피가 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교감들 사이에서 술렁이는 주제가 있다. 교사들의 대규모 시위 이후, 대통령의 결단(?)으로 담임수당(7만 원에서 15만 원)과 보직 수당(13만 원에서 20만 원)을, 20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하고, 현재 인사혁신처, 기재부를 거쳐 수당 규정 개정을 앞두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인상되고, 3천억 원 정도가 편성될 계획이다. 일부 교사들은 돈 몇만 원 가지고 ‘교사 사기진작’ 운운하는 것은 교사들의 진정성을 폄훼하는 처사라고도 한다. 수석교사는 40만 원의 연구비를 받는다. 교감은 직급 보조비 명목으로 25만 원을 받고 있다. 단일호봉 체계를 갖고 있으므로, 동 경력의 교사에 비해 급여가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질 처지에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9월 교육감들의 전원 찬성 의견으로 교감들의 직무 성격을 고려하여 중요 직무수당으로 편성, 상향해 줄 것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교감들은 격무에 비해 홀대받고 있다고 말할 때마다 곧 교장 될 텐데, 그런 줄 몰랐냐는 식의 핀잔과 밖으로는 자기 밥그릇 챙긴다고 손가락질 할까봐 늘 눈치를 보는 처지에 있다. 교원들이 먹고사는 문제 얘기하면 왠지 좀 천박해 보인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직업군에 속한다는 이유다. 그것도 옛말이다. 최근 젊은 교사들은 반수를 시작하거나 이직률이 높다고 한다. 도떼기시장처럼 와글거리며, 바람 잘 날 없는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사회성을 기르며 성장하고 있고, 그 중심에서 보이지 않게 울고 있는 사람이 있다. 교감이다. 그런 교감들이 봉급 역전 현상을 접하게 될 내년 1월의 교무실 풍경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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