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남(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

서울 서이초 비극 이후 교사의 교육권을 어떻게 보호하고,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교권이 위축되고 있는 요인으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교사의 교육행위가 따져볼 틈도 없이 바로 형사소추 체계로 돌입하는 입법 미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또 한 축으로는 악성 민원에 대한 보호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 교육부의 2022년 통계에 의하면 교권 침해행위 중에서 협박, 모욕, 명예훼손,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한 부당 간섭행위가 전체 침해행위의 71.3%에 달하고 있다.

또 한 측면으로는 다양한 이유로 교육과정에 부적응한 친구들로 인한 수업 방해와 민원 야기 요소의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중고등학교보다 초등학교에서 문제가 되는 현상이다. 이번에 교육부가 고시한 생활지도권의 내용을 보면 제11조(훈육), 제6항 3호 ‘수업 시간 중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의 분리’가 포함되어 있다. 이 고시는 그동안 분리의 주체 및 방법, 교육과정 공백 등의 이유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지만, 이번 고시에서 선조치하고, 학부모에게 통보할 수 있게 하였다.

이번 고시로 인해 9월 1일부터 분리할 수 있게 되었으나 실제 언제, 어떻게, 분리시간 및 운영, 분리 공간 등의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는 실질적인 운영방안이나 대책은 학교장의 책임하에 학칙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어, 보완대책이 없으면, 유명무실한 고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실질적으로 예산과 인력의 투입 없이 실효를 거두기 힘든 고시안을 제시해 놓고, 학교에 책임을 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항상 이런 대책들은 너무 세밀하게 개입하면, 학교의 자율성이 침해된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할 때는 자율성을 얘기하고, 정말 자율성이 필요할 때는 각종 지침으로 간섭하는 행정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를 힘들게 하고, 교실 붕괴의 원인이 되는 교육과정 부적응 친구들을 위해 경험 많은 퇴직 교원이나 이에 버금가는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어떨까. 아이를 한두 시간이라도, 잠시 데리고 와서 심리적 안정도 시키고, 교육과정도 챙기면서, 교사가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일정액 정도의 기본급을 산정하고, 지원하는 시간당 금액을 가산해 인력풀단을 구성하고, 주거지 가까운 학교에 우선 투입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떨까. 배움터 지킴이 갖는 자원봉사를 기본으로 하고, 순회 교사 체제처럼 평소 생활하면서, 개인 사정이 생기면 뒷순위가 우선 배치되는 유연한 시스템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고령화 사회에 직면한 우리 사회가 전문직 역량을 재구성하고, 후배들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의미도 있겠다. 뜻있는 퇴직 교원단체들과 MOU도 추진하고, 틈틈이 시간을 내서 교육현장을 지원하는 보람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런 대책은 근본적으로 교원정원을 확보하여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국가적 노력과 함께 지금 당장 힘들어하는 교사들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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