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민(법무법인 맥 변호사)

 

송진민 법무법인 맥 변호사

뉴스를 보다 보면 다양한 법률 용어를 접하게 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수(未遂)’다. 미수란 형법 제2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률용어로, 사전적으로는 범죄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행위를 끝내지 못했거나, 행위를 끝냈음에도 결과 발생에 실패한 경우를 뜻한다. 쉽게 말해 범죄행위를 시작했으나 결국 실패했다는 의미다.

앞서 설명한 ‘사전적 의미의 미수’만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미수는 형법에서 가장 어려운 개념 중 하나이다. 실제로 형법을 공부한 학생들에게 가장 어려운 개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이 ‘미수론(未遂論)’을 꼽을 정도다. 이처럼 미수가 법학도들 사이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음에도 대중들이 미수의 개념을 낯설어 하지 않는 이유는 일상에서의 미수 개념은 법학에서와 달리 사전적 의미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문기사에서 “A씨가 원한 관계에 있는 B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경찰에 붙잡혔다”라는 뉴스를 접하게 되면, ‘A가 B를 죽이려다가 실패하고 경찰에 체포됐구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 법률적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A가 어떠한 방법으로 B를 살해하려고 하였는지, 범죄에 실패한 원인은 무엇인지, A가 어떤 단계에서 경찰에 체포된 것인지, A의 행위로 B는 어떠한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가 모두 중요한데, 그 내용에 따라 A의 죄명이나 처벌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법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미수’의 의미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고, 뉴스만으로 그 사건의 내막을 알아내는 것 또한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통해 알려진 사건으로 인해 ‘미수’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 현관문 틈새로 올가미 형태의 철사가 들어와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영상을 올린이는 혼자 사는 여성으로, 한 남성이 현관문 틈새로 철사 올가미를 집어 넣어 도어락 손잡이를 당겨 문을 열려고 시도했고, 문을 열지 못하게 철사를 잡고 누구냐고 물어보니 2분가량 대치하다가 철사를 놔두고 도망쳤다고 말했다.

위 영상이 화제가 된 후 경찰은 CCTV를 확인해 용의자를 특정했다. 용의자는 부동산 업체 직원으로, 경찰에게 ‘경매에 나온 피해자의 집 상태를 확인하려고 방문했는데, 안에 사람이 없는 줄 알고 그랬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을 접한 대중들은 위 남성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위 남성은 집 안에 사람이 없는 줄 알고 문을 열려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분명 성범죄나 강도, 절도 등 다른 범죄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위 남성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것 외에 다른 범죄혐의로 처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대중들의 주장처럼 위 남성에게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위 남성을 강간미수 내지 강도미수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범죄행위의 시작, 이른바 ‘실행의 착수’가 있어야 하는데, 건물에 들어간 것만으로 강간이나 강도의 실행의 착수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와 비슷한 논란은 꾸준히 있어왔다. 원룸 건물 계단에서 대기하다가 집으로 들어가려는 여성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려다 실패한 사건이나, 여성이 집에 혼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따고 들어가려다 실패한 사건에서, 행위자들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것 외에 다른 범죄혐의로 처벌하지 못한 경우가 그 예다.

위와 같은 논란이 매번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국민 법 감정대로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대중들이 요구하는 바는 범죄행위를 위해 건물에 침입하면 그 범죄의 미수죄로 처벌하자는 것인데, 이러한 처벌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자장치 부착과 같은 보안처분은 형사처벌보다 제약이 덜하므로, 관련 규정을 제·개정하여 상습적으로 주거침입죄를 저지르거나 강력범죄자가 주거침입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주거침입죄 처벌과 함께 전자장치 부착 또는 보호관찰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현재, 시민의 안전과 국민의 법 감정에 맞는 법집행을 위해 모두가 해결책을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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