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광(광주시교육청 장학관, 교육학 박사)

 

최성광 광주시교육청 장학관·교육학 박사

1990년대, 그땐 그랬다. 학교가 문 닫은 시간에 공부할 학생들은 동네 독서실로 갔다. 독서실은 낮에도 실내가 깜깜했다. 옆자리 사람이 보이지 않게 칸막이에 두꺼운 종이를 덧대어 붙인 책상과 그 위로 작은 형광등 불빛이 비치는 공간까지가 자리 주인에게 허락된 유일한 세상이었다. 독서실 입구와 벽면 이곳저곳에 붙어 있는 ‘正肅(정숙)’이라는 문구는 그 자체로 엄중한 경고였고, 실내에서 이동할 때도 발소리가 나지 않게 까치발로 걸어다녀야 했다. 독서실은 책장 넘기는 소리에도 신경이 쓰이던 무겁고 어둡던 공간이었지만 당시 학생들에게 그곳 이외에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다.

2023년, 요즘 학생들은 주로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한다. 스터디 카페는 쉽게 설명하자면 카페 느낌의 독서실이다. 밝고 산뜻하고 개방감이 좋다. 좌석도 정독실형, 그룹스터디형, 인터넷강의형 등 학생의 공부 특성에 맞게 다양하며 실내에 카페와 식당 등이 있어서 차와 음식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그 외 개인 사물함, 백색 소음기, 산소발생기, 음이온 발생기, MC스퀘어 등 학습 컨디션 조절을 위한 각종 부수 기기 등이 구비되어 요즘 학생들의 까다롭고 다양한 요구를 잘 반영하고 있다.

반면 스터디 카페는 각종 시설과 서비스가 좋은 만큼 이용료가 비싸서 학부모의 부담이 크다. 시설 상태와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프리미엄 스터디 카페의 경우 1개월에 십수만 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학교보다 스터디 카페를 더 좋아하며 이곳에서 오랜 시간 공부하고 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스터디 카페가 학교에 생긴다면 어떨까? 학생들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사교육비 부담이 없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365-스터디룸’ 사업을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스터디 카페를 학교에 만들어 최적의 학습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자율적으로 학교에 남아 더 공부하고 싶어 한다.

365-스터디룸은 올해까지 관내 고등학교 38개교에 설치되며 사용자참여설계 등과 같이 각 학교마다 학생과 교직원의 의견을 반영하고 특색을 살린 다양성을 담은 학습 공간으로 조성된다. 365-스터디룸 운영은 학생자치회를 통해 학생 스스로 사용 규칙과 사용자 선정 등을 결정하고, 최첨단 학생 입출입 시스템, 학폭 예방 관리 CCTV 및 무인 관리 시스템 등 설치, 학생 관리를 위한 퇴직교직원 활용 예정 등을 통해 학생 안전과 교사 업무경감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바야흐로 365-스터디룸의 시대가 왔다. 이는 학생의 교육적 요구와 필요를 학교가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며, 강압적이고 강제적인 학교문화의 종말을 의미한다. 학교자치를 통해 학교 구성원이 주인이 되는 시대가 왔음을 말하며, 학생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강조하고 학생의 학습 선택권이 존중받는 시대가 되었음을 뜻한다.

미래기술이 학교교육에 도입되어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며, 학생과 학부모의 자율적 판단과 선택이 더욱 존중됨을 의미한다. 365-스터디룸은 교육격차가 심화되지 않도록 공교육의 책무성과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고, 무엇보다 학생이 꿈꾸는 미래가 현실이 되도록 다양한 실력을 키우는 공간이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광주교육의 철학과 방향성을 담고 있다. 365-스터디룸이 가져올 광주교육의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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